스마트폰 글쓰기 앱 ‘씀 : 일상적 글쓰기(이하 ‘씀’)’가 화제다. 이 앱은 ‘구글 플레이 2016 올해를 빛낸 가장 아름다운 앱’에 선정됐고,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2016 올해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혔다. 2015년 출시된 ‘씀’의 개발자는 UNIST 선후배인 이윤재(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10)·이지형(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13) 학생이다. 새로운 도전에 열정을 쏟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우리가 정말 관심 있는 게 뭘까?
이윤재·이지형 대표는 UNIST 창업팀에서 처음 만나 룸메이트로 2년 넘게 생활했다. 창업동아리 활동을 함께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앱을 제작했다. 더러는 완성했지만, 더러는 미완의 프로젝트로 끝났다. 그러던 중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동안 회사를 위한 회사,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를 구상하는 데 그쳤던 게 아닐까. 그래서 다시 고민했다. ‘우리가 진짜 관심 있고 흥미를 가진 건 뭘까’에 대해. 그 끝에서 건져 올린 것이 ‘글쓰기’다. 바야흐로 2015년 2학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애초에 ‘씀’은 창업보다 앱을 완성해 선보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한 프로젝트다. 두 대표는 온전하게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한 달 동안 어떤 이름으로, 무슨 앱을 만들고, 무엇을 강조할까 고민한 후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마침내 2015년 12월 초 앱이 출시됐다. 어라? 그런데 웬걸,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씀’을 찾았다. 출시 일주일 만에 사용자가 2,000명이 넘었고, 이 숫자는 한 달이 지나자 1만 명으로 늘었다.
아날로그 감성 물씬한 글쓰기 플랫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화면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고, 소박하고 잔잔한 글쓰기는 사용자의 일상을 적신다. 그래서일까. 무수히 뜨고 지는 앱의 바다에서 ‘씀’은 유독 눈길을 끈다.
‘씀’에서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오전 7시와 오후 7시에 배달되는 ‘글감’이다. 물론 사용자들이 꼭 글감에 맞춰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제목을 달고 글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글감은 사용자의 글쓰기를 돕기 위해 제공될 뿐이다. 현재까지 제공한 글감은 약 1,400개. 그중 가장 많은 반응을 보인 글감은 ‘내일’이다. 무려 14,000명이 이 주제로 글을 썼다. 꿈, 좋은 말, 생각이 나서, 준비가 그 뒤를 이었다.
하루에 두 번 배달되는 글감 찾기도 쉬운 일은 아닐 터. 이지형 대표는 “책과 인터넷 등을 통해 수많은 문장을 수집한 후 중심이 되는 단어들을 뽑는다”고 했다. 특정인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배제하고, 유사한 단어가 반복되지 않게 균형을 맞춰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조바심을 버리고 여유를 배우다
이윤재·이지형 대표는 현재 휴학 중이다. 일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비록 당분간 학교를 떠나 있지만, UNISTAR가 있는 곳이면 그곳이 곧 캠퍼스가 아닐까.
실제로 일을 하며 배운 것도 많다. 가장 큰 깨달음은 여유다. 당장 뭔가를이루고 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과 욕심을 버렸다. 하나의 문턱을 넘으면 또 다른 문턱을 마주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하는 일에 보다 집중하고, 사업을 길게 보는 마음과 태도를 배우게 된 것이다.
“학교생활도 창업에 도움이 됐습니다. UNIST는 다른 학교에 비해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많아요. 그런 경험들이 현재 사업을 운영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지형 대표의 말에 이윤재 대표는 “학교라는 심리적 안전망 덕분에 시행착오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며 “특히 UNIST의 융합전공으로 손쉽게 다른 학과의 수업을 듣고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공간
지금의 ‘씀’은 출시 때에 비해 제법 다양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사용자가 쓴 글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서로의 글을 담아가거나 구독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글쓰기에 이야기가 가진 힘을 보태기 위해 모음 기능을 더했다. 제목부터 구성까지 사용자가 콘텐츠를 만들어서 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발행한 모음으로 직접 종이책을 제작할 수도 있다.
이윤재·이지형 대표는 앞으로 사용자들이 자신의 글을 쉽게 퍼뜨릴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종이책이나 전자책(e-book) 형태의 정식 출판이 아니어도 ‘씀’ 안에서 서로의 글을 구독하고 담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블로그나 SNS 등 외부로 전파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공평하게 제공하고,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이들이 작가로 설 수 있는 디딤돌로 ‘씀’이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멋진 생각들이 많고,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씀’의 소개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글: 오인숙 김형윤편집회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