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19년은 UNIST 개교 10주년이자 설립 12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긴 시간동안 ‘기적’이라고 불리는 성장을 이어온 바탕에는 누구보다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UNIST 사람들이 있습니다. 학생부터 교수와 직원까지 오늘의 UNIST를 만들어온 한 명 한 명이 모두 2019년, UNIST 개교 10주년의 주인공입니다.
이런 의미를 담아 유니스트 사람들을 만나 지난 10여 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기 입학생이자 첫 번째 학사 졸업생인 임한솔 박사와 교번 10번인 송현곤 교수, 개교 전부터 UNIST를 만들어온 직원 대표로 김선미 팀장의 목소리를 빌려 UNIST의 오늘을 축하하고 미래를 응원합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UNIST와 함께한 10년, 제 가장 큰 자산입니다
임한솔 동문(생명과학부 09)
임한솔 박사는 UNIST 1기로 입학한 첫 학사 졸업생이라는 특별한 기록을 지녔다. 울산과학고를 졸업하고 UNIST에 입학한 울산 사람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UNIST가 생겼어요. 당시 고등학교로 총장님과 여러 교수님이 설명회를 오셨는데, 연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닌 학교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학교와 함께 성장해 보고 싶은 마음에 입학을 결정했습니다. 울산과학고도 제가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신설된 학교라 두 번째 졸업생인데, 대학교는 첫 번째 졸업생이 됐습니다.(웃음)”
임 박사가 입학하던 2009년 캠퍼스는 흙길과 건물 세 채가 전부였다. 대학 생활을 이끌어줄 선배도 없고 학습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은 상황. 하지만 그는 UNIST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10년 전으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이 선택할 거라고 거듭 강조했다.
“2015년에 과학기술원으로 전환되면서 과학기술 분야 연구중심대학으로 승격됐어요. 거기다 여러 학부의 우수한 연구 실적이 각종 매체에 소개됐죠. 외부에서 UNIST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소식도 자주 들렸습니다. 이 모든 게 설립된 지 10년밖에 안 된 대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습니다. UNIST의 10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캠퍼스는 해가 지날수록 발전했다. 눈에 보이는 변화뿐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그동안 임 박사는 로버트 미첼(Robert J. Mitchell) 교수의 응용환경미생물연구실에서 촉망받는 생명과학자로 성장했다. 병원균에 대응하는 차세대 항생 물질로 박테리아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게 주요 목표다. 이 목표를 위한 연구는 2018년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미생물에 관심이 많아 하루라도 빨리 실험하고 싶었어요. 좋은 멘토를 만나 제 꿈을 배양시켜 성숙하게 만들고 싶었죠. UNIST가 갖춘 훌륭한 연구 환경과 좋은 교수님을 만난 덕분에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UNIST 1기로 조기 졸업해 학사 1호의 타이틀을 따게 된 임한솔 박사. 그는 10년간 함께 성장해 온 UNIST가 다방면으로 많은 성과를 내고 있어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시작’을 뜻하는 1이라는 숫자와 함께 학사 1호로 기록될 임 박사는 UNIST 구성원 모두에게 2019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큼 UNIST는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UNIST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어 저에게도 영광이었어요. UNIST의 개교 10주년을 축하합니다!”
연구와 교육 모두에서 최고가 되길
송현곤 교수(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나무가 정말 많이 자랐어요. 그게 무척 반가워요. 제가 2008년 8월에 UNIST에 왔는데, 그때는 건물이 없어서 공항 근처에 있는 상가 건물의 2층을 빌려 썼죠.”
신입생 면접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인근 고등학교를 빌려 진행했고, 교수가 부족해서 입학평가위원들을 가까운 포스텍과 경상대 등에서 모셔야 했다. 개교 후 학교 건물로 들어왔지만, 한동안 공사장을 방불케 하는 소음에 비가 오면 진흙밭으로 변하는 도로 등 물리적인 어려움은 몇 달간 이어졌다.
포스텍 4기 출신이자 UNIST에 열 번째로 영입된 송현곤 교수는 “제가 처음 자리 잡는 데 특화된 사람인가 보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개교 당시를 떠올리며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많은 분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초창기부터 많은 교수님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고만고만한 대학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확고했어요.”
공사장을 방불케 했던 학교가 어엿한 캠퍼스의 모습을 갖춰가는 동안, UNIST의 성장세도 가파르게 올라갔다. 이제는 누구나 ‘연구 잘하는 학교’로 인정할 만큼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그만큼 젊은 교수들의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 송 교수는 ‘넘어야 할 벽이 있어야 높이 뛸 수 있지만,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도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UNIST가 가장 잘하는 것 중의 하나가 ‘좋은 교수를 뽑는 것’이에요. 오로지 현재 가진 실력과 연구 성과만으로 채용하죠.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신임교수의 초기 실적이 많이 높아졌어요. 제가 지금 10년 전 실적을 가지고 지원했다면 아마 교수가 못 됐을 거예요.(웃음)”
그의 말대로 지난 10년간 UNIST는 놀랄 만큼 빠르게 성장을 거듭했다. 자신보다 학교가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두려움을 느낀 적도 있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그렇다고 실제로 그가 한자리에 머문 것은 결코 아니다.
10년 전에는 뚜렷한 학문적 지향 없이 논문을 썼다면, 이제는 평생 연구할 주제를 찾았다고 해도 될 만큼 확실한 연구 방향을 찾았다. 그것이 교수 생활 10년간 거둔 가장 의미 있는 성과다. 그가 10년간 대학에 몸담으면서 몸소 느낀 또 하나는 바로 교육의 중요성이다.
“UNIST가 워낙 연구에 강한 대학이지만, 학교는 여전히 후학 양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는 교육이 좀 더 강화된 학교가 되길 희망합니다. UNIST가 연구와 교육에서 모두 최고가 되길 바랍니다.”
열 살 UNIST의 스무 살이 기대됩니다
김선미 팀장(정보전략팀)
2008년 3월 2일 UNIST 개교준비팀에 입사한 김선미 팀장. 당시 그녀의 소속이 말해주듯 UNIST의 시작을 준비하기 위한 일부터 시작했다.
“임시 사무실에서 30명이 채 안 되는 직원이 개교를 준비했습니다. 입학식 전날까지 본부 4층 경동홀에 문이 없었어요. 그것 때문에 당시 부총장이셨던 정무영 총장님이 안절부절못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웃음)”
그녀는 학사팀에서 5년간 근무하다 전공과 이전 직장의 경력을 살려 5년 전에 정보전략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개교부터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자식을 낳아 10년을 키운 기분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 학교에 맞게 지원, 졸업, 교육과정 등을 교수님과 함께 만들었죠. 지금도 동료가 ‘이 규정 누가 만들었냐’고 물으면 제가 손을 번쩍 들어요. 새로운 도전을 맘껏, 원 없이 펼친 셈입니다.”
김선미 팀장은 2009년 당시 UNIST에 모인 교수, 학생, 교직원 모두의 공통 분모는 ‘모험 정신’이었다고 떠올렸다. ‘한국의 MIT가 되겠다’는 신조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들이 있었기에 UNIST가 10년간 찬란히 빛날 수 있었다.
“개교 당시 대학 관련 모임에 가면 우리 학교를 한참 설명해야 했는데, 요즘은 ‘좋은 대학에서 오셨네요. 교수님들 연구 성과도 좋고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새삼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이 10년간 만들어낸 변화로는 대단하지요.”
화살처럼 지나온 10년을 돌이켜보니, 앞으로 10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김선미 팀장은 UNIST가 스무 살이 됐을 때 ‘동료와 후배에게 이정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UNIST가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제대로 목표 설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 선도 대학’이라는 비전을 설립하고, ‘2030년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거든요. UNIST 사람들이 여기에 공감하고 힘을 합치면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이뤄내리라 믿습니다.”
김선미 팀장은 UNIST 개교 10주년에 아낌없이 축하를 보냈다. 그리고 스무 살 성년이 된 UNIST의 모습을 기대했다. 지구촌 어디서도 ‘UNIST’라고 하면 누구나 아는 ‘세계 속의 대학’이 되는 모습을 꿈꾸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