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무역갈등이 촉발되면서 반도체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UNIST가 기업들의 기술 자립을 돕기 위해 ‘소재 · 부품 · 장비 기술자문단’을 운영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UNIST 반도체 소재 자문단이자 미래 반도체 연구센터장인 정홍식 신소재공학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으로 꼽힌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차세대 디바이스는 물론 인공지능(AI), 스마트 팩토리 등 혁신산업 발전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이 집약된 반도체 산업에서는 제조 기술과 설비만큼 그 원료가 되는 소재와 부품이 중요하다. 문제는 이들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점. 최근 일본이 단행한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가 산업전체의 위기로 다가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로 흔히 ‘소부장’이라 불리는 소재 ․ 부품 ․ 장비 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대두되면서 이들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과 육성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국내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산화를 추진하고,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특히 울산지역은 중견·중소 화학업체가 밀집해 있는데, 이들 기업에겐 이번 위기가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9월 UNIST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총 120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을 꾸렸다. 기술자문단은 첨단소재, 에너지화공, 기계항공, ICT, 장비서비스, 경영지원 등 총 6개 분과로 운영되며 각 분과마다 전문 교수진과 연구 기술진이 참여한다. UNIST를 포함한 4대 과학기술원이 함께 기술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UNIST 기술자문단은 특히 반도체 관련 기술 지원에 집중한다.
“기술자문단의 목표는 일본의 핵심부품 수출규제로 발생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진정성 있게 해결하고 핵심기술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핵심기술 확보를 통해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에서 탈피하는 것을 뒷받침하려 합니다.”
기술자문단장을 맡은 정홍식 교수는 한일 무역갈등은 ‘위기’가 분명하지만, 우리가 전략을 잘 세우고 착실히 수행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발전과 튼튼한 토대를 마련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지역 반도체 활성화를 위해 기술자문단 운영
UNIST 기술자문단은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마냥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발로 찾아다니고 있다. 기업, 대학, 연구소의 기술력을 결합하면 울산의 소재산업 발전에 더욱 큰 기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반도체 소재와 관련 있거나 관심 있는 기업의 CEO·연구소장 분들을 주로 만나는데, 대부분 반도체 소재 개발을 위한 목표치 선정과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세요. 개발된 소재의 공정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도 없고, 소재 개발을 연구하는 능력도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입니다.”
UNIST는 연구지원본부(UCRF) 내 첨단 분석 장비를 통해 불순물을 평가할 수 있고, 나노펩(Nano Fab.)을 통해 공정평가 결과를 확보할 수 있어서 약간의 보완을 거친다면 기업에서 개발하는 소재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관련 기업과 UNIST 내 우수하고 경험 있는 연구 인력과의 협업을 통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술자문단은 울산 테크노파크와 협업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관심이 있을 만한 기업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직접 찾아가 함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차세대 반도체 산업 성장을 이끌 미래 반도체 연구센터
UNIST 기술자문단은 8월 반도체 분야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한 ‘미래 반도체 연구센터(FUST: Center for Future Semiconductor Technology R&D Center)’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연구센터는 혁신적인 반도체 신기술을 개발하고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선도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당장 일본의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향후 반도체 분야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습니다.”
연구센터는 반도체 신성장 연구, 반도체 신응용 연구, 반도체 소재 부품 연구 등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반도체 미세화 기술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반도체 산업 성장 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미세화 기술을 기존 방법이 아닌 3차원 집적화 방식이나 신소자 개발 같은 혁신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극복해 신성장을 이뤄야 하는데 이것이 ‘반도체 신성장 연구’입니다. 연구된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인공지능(AI)이나 사물 인터넷에 활용하는 것을 ‘반도체 신응용 연구’, 원천 반도체 소재 연구와 소재 기업들의 국산화에 기여 하는 것을 ‘반도체 소재 부품 연구’라고 합니다.”
연구센터는 반도체 재료는 물론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이를 실용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재료, 소자, 회로, 시스템, 응용까지 산업 전반에 걸친 영역을 다루는 만큼 다학제 연구와 산학연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물리학, 재료공학, 반도체공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님들이 참여해 함께 연구하며 명실상부한 융복합 연구소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번 연구센터 개소를 계기로 UNIST가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혁신 성장을 주도하며 발전해나갈 것이라 기대해 본다.
UNIST의 압도적인 반도체 연구 및 설비 기술
“국내 웬만한 반도체 연구라인은 그리 체계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UNIST는 반도체 회사의 연구라인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 반도체 8대 공정이 잘 마련돼 있습니다.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UNIST 연구지원본부의 나노소자공정실(UNFC : UNIST Nano Fabrication Cleanroom)은 반도체 전 공정을 지원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약 1,000㎡ 규모의 클린룸을 갖추고, 반도체 CMOS 전 공정을 진행해 30㎚급의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연구라인이다. 미래반도체연구센터는 연구지원본부와 함께 울산뿐 아니라 우리나라 반도체 소자 연구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장비와 연구 역량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연구지원본부는 첨단 장비의 확보 뿐 아니라 전문 인력 확보에 집중해왔다. 아무리 장비가 우수해도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좋은 연구는 배출될 수 없다. 비정규직이 많은 타 대학 연구센터에 반해 UNIST 연구지원본부 직원 50명은 모두 정규직이다. 정규직이 많다는 건 그만큼 기술을 꾸준히 쌓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는 UNIST 연구 전반의 성장과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형식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연구를 추구
정 교수는 연세대 물리학과에서 분광학 전공으로 물리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삼성전자에 20년 동안 몸담았다. 메모리 사업부에서 DRAM 개발에 참여하다, 신메모리 연구 프로젝트 리더로서 연구개발을 주도하며 신메모리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이후 중국 칭화대에서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이자 인공지능 연구센터(Center for Brain Inspired Computing Research)의 연구원으로 지내다 얼마 전 UNIST로 오게 됐다.
“UNIST에서 제가 꿈꾸는 것은 ‘진정성’이에요. 형식적인 게 아니라 진심과 노력을 담은 진정성 있는 연구를 지향합니다. UNIST가 진정한 산학연구의 중심이 되면 좋겠습니다.”
중국어에 ‘딩티엔리디(정천입지: 頂天立地)’이란 말이 있다. ‘땅 위에 우뚝 서서 하늘을 지향한다’라는 뜻이지만 ‘현실에 기반을 두고 큰 목표를 연구한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 교수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기술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UNIST의 적절한 연구진과 장비를 연결함으로써 소재·반도체 기업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 반도체 분야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기본으로 돌아가 진정성 있는 연구와 노력으로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정 교수와 UNIST가 지향하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다.
UNIST가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 자립을 돕기 위해 기술자문단을 운영한다. UNIST 기술자문단은 다양한 창구로 애로기술을 접수받고, 적절한 연구진과 장비를 연결할 계획이다.
※ 접수 및 문의
전화 052-217-6119 | 이메일 smbrnd@unist.ac.kr | 웹사이트http://smbrnd.un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