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유일의 종합예술 동아리 ‘그라포스(GRAPHOS)’. 이곳에서는 내가 활동하고 싶은 예술 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새롭게 도전하고픈 분야가 있다면 직접 소모임도 꾸릴 수 있다. 현재 25명의 회원이 9개의 소모임을 구성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즐기는 중이다.
예술로 빛을 쫓는 사람들
학생회관 3층의 동아리방, 네댓 명의 학생들이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뭔가에 집중하고 있다. 평평한 모양판 위에 쌀알 크기의 비즈를 정성스럽게 꽂으며 형태를 만드는 학생, 색연필로 밑그림에 색을 입히는 학생, 만화를 그리는 학생, 데생을 그리는 학생도 있다. 저마다 취미에 몰두해 있는 듯하지만, 이들은 종합예술 동아리 그라포스 회원들이다.
이들은 ‘미술과 공예’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그리기와 만들기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활동을 아우른다. 동아리 이름 ‘그라포스(GRAPHOS)’는 시각예술을 뜻하는 ‘그래픽(Graphic)’과 빛을 의미하는 ‘포스(Phos)’를 합친 말이다. 즉 ‘예술로 빛을 쫓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10년 전 디지털 일러스트 동아리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크로키, 컬러링북 같은 아날로그 활동은 물론이고 펄러비즈, 양말인형 만들기 같은 공예활동까지 장르를 넓히며 종합예술 동아리로 발전했다. 그라포스 회원들은 작품 활동 결과물로 학기마다 전시회를 열고 있다. 또 학교 행사 때마다 재능기부도 하는데 특히 5월 축제 때 총학생회로부터 좀비 분장을 의뢰받아 스태프로 참여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원하는 예술 장르가 없으면 직접 만들기도
현재 그라포스에는 회원들의 관심사에 따라 크로키, 공 그리기(디지털 명암 훈련), 기본기(처음 그림을 접하는 회원들을 위한 스터디), 이모티콘, 펜드로잉, 만화 그리기, 컬러링, 굿즈, 펄러비즈 등 9개의 스터디가 있다. 하나의 동아리 안에서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라포스의 독특한 운영방식 덕분이다.
“소모임을 ‘스터디’라고 부르는 이유는 활동을 통해 배움을 얻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있는 스터디에 들어갈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스터디를 새로 만들어 스터디장으로 활동할 수도 있어요.”
펜 드로잉 스터디장으로 활동하는 이건호 학생(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18)의 설명이다. 그는 성적으로 경쟁하지 않는 친구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할수 있어 즐겁다고 말한다.
손지원 학생(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18)은 공예 스터디에서 운영하던 펄러비즈 아이템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독립된 스터디를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한다.
“픽셀아트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이번 학기 펄러비즈 스터디를 독립시켰어요. 생소한 스터디에 회원들이 모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현재 8명이 활동 중이에요. 관심사가 같은 회원들과 함께 공부하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개별적으로 활동하면 소모임 간의 유대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회원들은 “그라포스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예술활동이라 소속감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대부분 2~3개의 소모임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즐기기 때문에 회원 간 소통도 원활하다. 게다가 9개의 소모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연관성도 있다.
“원래 연필로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컴퓨터 애니메이션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애니메이션 스터디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에서도 명암을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빛의 위치에 따라 명암의 변화를 배울 수 있는 공 그리기 스터디도 시작했죠. 1학년 때는 포토샵 스터디에서 포토샵도 배웠고요.”
중학교 때 미술부에서 활동할 만큼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강세령 학생(자연과학부 18)의 설명이다. 이처럼 그리고 만들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예술활동이 가능한 곳이 바로 그라포스다.
집 같은 편안함이 있는 예술 동아리
회원들은 그라포스의 장점이 소모임 개수만큼이나 많다고 말한다. 붓이나 물감 등 아날로그용 재료뿐 아니라 태블릿, 프린터 등 디지털로 표현할 수 있는 기기들도 다 갖추고 있다. 스터디 활동으로 부지런히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라포스의 장점 중 하나다. 강세령 학생은 “다른 동아리로부터 홍보용 포스터 제작을 의뢰받을 때도 있다”며 소모임을 통해 실력이 향상됐다고 한다.
이외에도 그라포스의 또 다른 장점으로 회원들은 ‘집 같은 편안함’을 꼽았다. 공강 시간에도 부담 없이 찾아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며 수다를 떨곤한다. 이초연 학생(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18)도 “그라포스는 제겐 탈출구 같아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이곳에 오면 잠시라도 여유가 생기거든요”라고 말한다.
회원들끼리 테이블에 둘러앉아 만화도 그리고, 컬러링북을 펼쳐놓고 색칠도 하고, 펄러비즈도 만들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다른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회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동아리의 편안함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