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발족한 준토(JUNTO)는 UNIST 유일의 생명학술 동아리로 현재 10기 회원들 15명이 똘똘 뭉쳐 동아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준토는 철학, 경제, 과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생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주제로 세미나와 심포지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학술활동을 통해 회원들을 단련시킨다는 점에서 ‘UNIST의 대장간’이라고 자부한다. 단, 학술 동아리라고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생명학술 동아리 준토(JUNTO) MT와 워크숍 등 친목 활동을 하며 자유로운 토론도 즐기고 있다.
상호 발전적 모임, 준토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커뮤니티 센터에서 준토(JUNTO) 회원들을 만났다. 방학이라 대부분의 회원들은 집으로 돌아갔으나 일부 회원들은 학교에 남아 연구실 인턴십을 수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 만난 회원들은 동아리 회장인 김시현 학생(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19)을 비롯해 4명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동아리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 강의실을 빌려세미나를 개최했다. 한 명씩 자신이 직접 정한 주제를 PPT로 준비해 발표하는 방식이다.
“생명학술 동아리이기는 하지만 생명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만 활동하는 건 아닙니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준토의 자랑거리입니다. 저의 경우 생명학과는 거리가 있는 학문을 전공하고 있지만 제 학문을 생명학과 연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요.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김시현 학생의 설명처럼 회원의 전공도 다양하다. 생명과학·생명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기계, 전기, 화학, 경영, 신소재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각자의 전공에 따라 관심 영역이 다양해서 세미나 주제가 훨씬 더 풍부하고 재미있어진다고 자랑한다. 예를 들면 ‘전기뱀장어가 전기를 일으키는 기제’처럼 생명학과 전자전기학의 융합적 사고가 이루어지는 식이다. 이처럼 생명을 다루되 평소 생명학의 관점에서 다루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주제들을 세미나 주제로 채택하고 있다.
동아리의 성격은 ‘준토(JUNTO)’라는 명칭에서도 읽을 수 있다. 생명학술 동아리로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그 의미를 알고 나면 무릎을 치게 된다.
“1727년 벤자민 프랭클린이 21살의 나이에 ‘상호 발전적 모임’을 모토로 하는 작은 그룹을 만들었어요. 그 이름이 바로 ‘JUNTO’였습니다. 당시 모임 멤버들의 스펙트럼도 넓었다고 해요. 다방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학술적인 모임을 가진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JUNTO라고 지었어요.”
UNIST의 준토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활발하게 나누는 지(知)의 커뮤니티’로서 ‘서로의 발전에 기여하는 동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JUNTO는 향후 도서관 설립, 공공병원 설립 등 그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어 사회 발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재미있는 학술동아리, 배우며 성장하며
준토 활동은 학기 중의 세미나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말에는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동아리의 1년 활동을 마무리 짓는 활동이라 ‘준토의 꽃’이라 불린다. 세미나와 심포지엄 같은 각종 학술활동은 준토 회원들의 실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각자가 발표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학술 동아리이다 보니 남들보다 일찍 학문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주제에 대한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회원들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미나나 심포지엄을 준비하다 보면 관련 분야의 논문을 굉장히 많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준토 회원들의 실력을 높이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준토 활동이 회원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은 동아리 회장인 김시현 학생의 생각만은 아니었다.
“준토가 다른 동아리에 비해 활동 강도가 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처음엔 좀 망설이기도 했지만 막상 활동을 해보니 힘든 만큼 남는 것이 많았습니다. 1학년 때부터 논문을 읽고 발표하는 훈련도 할 수 있었어요.”
한지윤 학생(생명과학부 19)도 공감을 표시했다. 여기에 박정하 학생(생명과학부 19)도 “논문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욕심이 났다”며, “생명공학뿐만 아니라 기계공학, 화학 등과 연계한 공부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학술 동아리는 자칫 지루하고 재미없는 동아리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회원들은 준토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재미있게 공부한다’는 점을 꼽았다.
“동아리 회원들끼리 워크숍도 다녀왔습니다. 지난해에는 부산에서 워크숍을 열었어요. 3박 4일로 진행했는데 자유시간과 학술회의 시간을 균형 있게 배분하여 ‘재미’와 ‘학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재미있게 공부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회원들은 모두 공감한다며 준토에서 학술활동에 재미를 붙이면 앞으로의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기부터 모이는 준토인의 밤
매주 세미나를 개최하고 연말에는 심포지엄까지 개최하려면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술 동아리라고 해서 공부만 하는 동아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봉사활동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며 스펙을 쌓아나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든 봉사활동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육 봉사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펼쳤다. 특히 ‘Club to Club’ 프로그램은 울산시 내의 고등학생들을 위한 과학 연구 봉사활동인데 일회성이 아니라 8개월간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많은 회원들이 교육 봉사를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손꼽을 정도로 보람을 느끼는 활동이다.
“1학년 때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했는데 보람이 컸어요. 고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치기 위해 다시 공부하다 보니 제 공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제일 먼저 시작하고 싶은 것도 미래의 후배들을 위한 교육봉사활동을 빨리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연말에는 ‘준토인의 밤’ 행사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1기부터 현재 기수까지 모든 기수의 준토 회원들이 대강당에 모인다고 한다.
“사회에 나가 계신 선배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어요. 졸업한 선배들의 꿀 정보도 얻을 수 있어요. 졸업 선배들과의 활발한 교류는 다른 동아리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일찍부터 인턴십 활동을 시작하는 회원이 많다는 것도 준토의 특징이다. 이날 만난 회원들도 대부분 학교에 남아 인턴십 활동을 하는 회원들이었다.
준토는 UNIST의 대장간
지난해에는 10기들이 신입회원으로 들어와 선배들의 도움 속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며 2학년이 되었다. 9월, 11기 모집을 앞두고 이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후배들의 진로와 역량을 강화하는것이 2학년 선배들의 목표라고 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후배들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람들이 ‘너는 전공도 아닌데 왜 준토에 들어갔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만, 사실 거창한 이유가 없어요. 단지 준토의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는 분위기도 좋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제 전공인 기계와 생명을 연계한 주제들을 많이 발표했습니다.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동아리를 찾는다면 꼭 준토로 오기를 바랍니다.”
김시현 학생은 준토가 UNIST의 대장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1학년 때부터 학술활동을 시작하다 보니 막히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며 극복하고 나면 어느새 더 단단해진 2학년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일찍부터 인턴십을 시작하기 때문에 3학년이 되면 더욱 내실이 다져진다.
“저는 준토 친구들을 보면서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철’이 떠올라요. 일찍부터 논문 읽기 등의 학술 활동으로 스스로를 단련시키잖아요. 마치 스스로 망치질을 하는 대장장이들 같아요.”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철처럼, ‘준토’는 그렇게 UNIST의 단단한 기둥을 만드는 대장간이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