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기계가 서로 자율적으로 소통하는 세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듯하다. 오현동 기계공학과 교수의 자율 시스템 연구실(Autonomous Systems Laboratory)은 무인항공기, 무인지상이동체 등과 같은 무인이동체의 자율성 향상을 위한 연구를 하는 랩이다. 쉽게 말해 드론이나 자율주행차량이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알고리즘(Algorithm)을 개발하고 실제 플랫폼에 구현하고 있다.
다수의 무인이동체끼리 협력하고 소통하는 방법 연구개발
자율 시스템 연구실(Autonomous Systems Laboratory, 이하 ASL)은 UAV(Unmanned Aerial Vehicle, 무인항공기), UGV(Unmanned Ground Vehicle, 무인지상이동체) 등과 같은 무인이동체의 자율성 향상을 연구하는 랩이다. 여기서 자율성이란 ‘사람이 조종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동체 스스로 센서 정보를 이용해 알아서 찾아가고 목적을 수행한다는 것. 최적화, 제어이론, 정보이론, 인공지능 등 복잡한 학문적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쉽게 말하면 드론이나 자율주행차량이 센서와 사전 환경정보를 이용해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실제 플랫폼에 구현하는 연구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실에서는 기계학습을 이용한 무인이동체의 충돌회피/경로계획, 다수·다종의 모바일 센서 정보융합, 이동 목표물의 추적·통신중계·재난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다수 무인이동체의 자율 협력 운용, 자연계의 군집개체 행동을 응용하는 무인이동체 군집 운용 등 다양한 민간·국방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SL의 연구는 무인이동체 한 대의 자율성을 넘어 ‘다수의’ 무인이동체끼리 협력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서로 자율적으로 협력해서 조난자 탐색, 유해물질 방출 근원지 탐색 등과 같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난자가 발생한 지역에 무인 드론이 출동했을 때를 가정해 보면, 드론 한 대로 조난자를 찾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여러 대가 출동하더라도 제각각 찾게 된다면 비효율적이겠죠. 그런데 드론들끼리 통신을 통해 서로 탐색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면 조난자를 훨씬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말이 쉽지 단순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플랫폼 개발을 위한 기계공학적 지식,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기초역학 및 수학적 이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위한 코딩지식 등 소프트웨어적 전문성뿐만 아니라 지상주행/상공비행 시험 등 실제 현장에서의 검증을 위한 하드웨어 관련 기술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융합지식이 필요한 만큼 어렵고, 때로는 하드웨어의 고장이나 파손도 빈번하게 발생하니까 연구 진행이 더디기도 합니다. 드론을 띄우다가 추락하는 일도 많아요. 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의 쓰임새가 눈으로 보이는 연구라 동기부여
무엇보다 조난자를 구조하는 등 실제 상황에 바로 활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연구이다. ASL의 연구는 드론 같은 이동체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할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처럼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눈에 들어오는 학문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볼 수 있는 것도 연구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최근에는 연구실의 정민재, 백승호, 김민우 등 연구원들이 무인이동체의 자율주행 연구를 응용해 국립전파연구원에서 개최한 ‘2019 우주전파재난 예측 AI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태양 활동으로 발생하는 우주전파재난을 예측할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대회의 주제였다.
“우리 연구실이 예측모델을 연구하는 랩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이동체의 자율성 연구를 응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연구원들에게 참여를 권했는데 좋은 성과까지 얻었어요.”
대회에 참여했던 연구원들도 “우리 연구실에서 무인이동체의 자율 운용을 위한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 분야 연구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 경험이 전파재난 예측모델을 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다양한 환경에서 운용되는 자율 드론이나 지상 무인이동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는 UNIST의 학풍
연구실에는 석사 및 박사 과정의 연구원뿐만 아니라 학부생 연구원까지 15명 내외의 연구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오 교수는 연구실의 최고 장점으로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를 꼽았다. 자유롭다는 것은 젊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 교수와 연구원들이 띠동갑을 넘지 않는 사이라고 하니 일단 세대 차는 접어두었다.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는 우리 UNIST의 학풍이기도 합니다. 출퇴근도 자유롭고 개개인이 하고 싶은 만큼의 시간 동안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요. 물론 학생들의 진도와 성과는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라면 얼마든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우리 연구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구실의 연구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하고 싶은 연구 주제를 직접 정하고 수시로 소통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랩을 오픈한 후 지금까지 약 3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다수의 무인이동체의 자율운용 알고리즘 개발이라는 특성상 아래와 같이 주로 국방 분야와 국책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연구과제를 수행하여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특히 세계적인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의 한국 연구프로그램 지원(RoKST&RProgram, 2018년 국내 총 2팀 지원)을 1년 동안 받아, 연구책임자로 다수 무인기를 통신 중계기로 사용해 전체 무인시스템의 네트워크 통신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올해 3월부터는 국방과학연구소와 영국의 Loughborough University의 지원을 받아 1.5년동안 새로운 형상의 무인기 모델링 및 유도제어기법을 개발하는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학문적인 연구 성과도 상당히 두텁게 쌓였다. 다수의 무인이동체를 이용한 재난물질 방출 근원지 자율탐색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UNIST의 이름으로 이미 20여 편의 해외 학술지 논문이 출판되었다 .
“연구실에서는 다수의 무인이동체가 협력하는 연구를 다양하게 수행하였으나 여러 제약사항으로 인해 시뮬레이션을 통한 검증에 그친 경우가 많았어요. 이제 어느 정도 실제 실험에 대한 연구 인프라 및 전문지식이 갖추어져서 실제 실험을 통해 개발된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특히, 인공지능을 이용한 다수 무인이동체의 자율 협력 운용 실험은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많이 연구되지 않은 분야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 그 기대가 크다.
[Mini Interview]
“동료 연구원의 연구 분야에 열린 자세와 관심을 가져야”
오현동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
Q. 연구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면?
A. 자신이 현재 진행 중인 연구뿐만 아니라 연구실의 동료 연구원들이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늘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국내외의 관련 분야 연구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Q.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세상은 나 혼자만의 연구로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졸업 이후 연구소나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면 본인이 대학원에서 주로 했던 연구를 할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제자들이 본인의 주 연구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다양한 분야, 새로운 분야에 열린 자세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학원 생활 동안 잘 훈련해 졸업 후에도 어떠한 문제가 주어질지라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학자가 되길 바랍니다.
Q. 실제로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A. 일주일에 한 명씩 돌아가며 본인의 연구를 심도 있게 발표하는 랩 세미나가 진행됩니다. 두어 달에 한 번씩은 각자의 연구 내용을 주기적으로 발표하기 때문에 동료 연구원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연구가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서로의 질의응답이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 외에도 국내외 학회, 심포지엄, 워크숍, 단기강좌 등에 가능한 많이 참석하여 다양한 연구분야를 접할 기회를 갖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3월에 계약이 종료될 예정) 박사후연구원 1명, 박사과정 4명, 석사과정 8명, 기간제 연구원 1명, 학부생 연구원 2~3명이 함께 하고 있다. 석사졸업생 4명 중 1명은 미국 유학, 1명은 유학 준비 중이고 2명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드론과 군집드론 운용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에 각각 취업해서 본인들의 역량을 잘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