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은 대지의 혈기이다’라고 말했고, 탈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 모든 것은 물에서 시작하여 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 어느 시절보다 풍요로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지만, 이면에 자리한 환경오염의 폐해는 심각하다. 인간이 물을 이용하면 할수록 오염 정도가 심해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누군가는 이를 간과하지 않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방식으로 깨끗한 물을 지켜내겠다는 ‘LOAD(LORD OF ALL DIAGNOSTICS)’의 탄생은 반갑기 그지없다.
몇 년 전 대구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검출되면서 하천 수질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실, 하천 오염의 심각성은 훨씬 오래됐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1994년 낙동강에서 벤젠과 톨루엔이 검출됐는가 하면, 2006년에는 주요 취수장에서 유해물질인 퍼클로레이트 검출 등 잊을 만하면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들은 ‘녹조라떼’가 되었고, 최하위 등급인 4급수 지표종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온 강을 뒤덮었다. 이름도 생김새도 특이한 큰빗이끼벌레라는 괴생물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이미 늦었다. 효율적인 수질 분석 체계를 갖추면 하천 오염을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사후에도 빠른 조치가 가능하다. 현재의 수질 분석 방식으로는 예고 없이 발생하는 오염물질 유출이나 미세조류의 농도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 힘들다.
“연구원이 직접 배를 타고 들어가서 시료를 채취하고, 실험실로 가져와 수억 원대의 장비로 10단계 과정을 거쳐야 분석 결과가 나옵니다. 오래 걸리고, 인건비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시료 채취 범위도 좁아 비효율적이에요. 빠른 대처가 힘든 현실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UNIST 박사과정 중에 초소형 분석 장치 ‘랩온어 디스크(Lab-on-a-Disc)’를 연구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획기적으로 수질 분석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론+랩온어 디스크로 시작된 LOAD
김유빈 대표는 오랜 시간 연구해온 랩온어 디스크를 드론에 결합하면 넓은 지역의 수질 변화를 실시간으로 검사할 수 있어 오염이 확산되기 전에 대응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확신을 하게 됐고, 이 아이디어로 ‘2018 국방기술을 활용한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칩을 드론에 부착한 형태는 있었지만, 드론에 랩온어 디스크를 부착하는 형태는 없었기에 사업화를 추진해보기로 했다.
“비전이 있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껴서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보고 싶었어요. OECD 회원국들의 물 1톤당 평균 가격이 3천 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90원입니다. 세계 물 시장은 800조 규모로 ‘블루 골드(Blue Gold)’라고 할 정도로 잠재 가능성이 높아요. 물에 대한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 그 안에서 LOAD(로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회사명에 ‘모든 진단 분야의 최고가 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환경 분석을 선도해나가는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가 느껴지지 않나요?”
휴대용 수질 측정 장비를 내세운 LOAD의 탄생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상 후 국방산업진흥회의에 초대됐을 뿐만 아니라 같은 해 10월에는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으로, 12월에는 수자원공사의 협력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었다. 이 모든 것이 2019년 3월 LOAD 인터내셔널 법인이 설립되기 전의 일이다.
세계 최초 수질 AI 상용화 개발로 사업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다
LOAD는 최근 수질 데이터를 얻는 방식과 물 자원 관리를 위한 수질 AI의 필요성을 절감해 수질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드론의 경우, 밤에 작동이 어렵고, 바람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장애 요인이 있어서 이를 보완한 부표형 수질 측정 장비를 개발, 상용화 테스트 단계에 있다. 부표형 장비는 24시간 측정할 수 있고, 태양광으로 자동 충전되며, 설치가 쉽고 연속 측정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한 지속적인 데이터 송출과 강한 내구성을 지닌 것도 특징이다. 2019년 10월 MOU를 맺은 기술과환경과 개발하며, 3월에는 인도 싶콧(Sipcot)공단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파일럿 테스트 통과 후 100억 원 규모의 스마트 수질 안전 솔루션 납품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UNIST 교내 가막못에도 부표형 장비를 설치해 수질 센싱 및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코이카의 기술 원조 프로그램(CTS)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와도 스마트 수질 안전 솔루션 계약을 추진 중이라니 창업 1년 차 스타트업이 이뤄낸 성과로 괄목할만하다.
“수질 AI 상용화 연구개발은 LOAD가 전 세계 최초입니다. 수질 빅데이터를 구성해 딥러닝, 시각화를 통한 솔루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LOAD의 강점이지요. 수자원공사의 협력 스타트업이라 전국 100개의 수질 테스트 베드 사용 권한과 데이터 확보도 가능하고요. 녹조 예측, 혐오물질(2-MIB) 예측 기술은 독창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7월 빅데이터 경진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독창성과 시장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김 대표는 LOAD 기술의 시작은 울산이어야 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UNIST 1기로 졸업해 지난해 화학공학 박사과정을 마치는 데에는 UNIST와 학교를 성장시킨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질 AI 시스템을 가장 먼저 울산 상수도 지역과 태화강 국가정원 인근에 적용하기 위해 울산시와 협의 중이다.
“학부 시절, 제가 받은 장학금부터 실험실 장비까지 제가 인재로 성장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UNIST, 울산시라는 좋은 터전에서 창업을 했기에 좋은 성과가 났던 게 아니었을까요? UNIST의 우수 인재를 비롯해 다양한 기술세미나, 실험 장비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창업보육 시설이 탄탄해서 안정적으로 창업할 수 있었어요. 창업팀이 오픈마인드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큰 힘이 되고요. 또한 울산시에서도 좋은 지원 사업이 많아 회사 운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람을 위한 일로 행복을 느끼고 성장하는 회사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창업 후 박사과정 졸업일정과 맞물려 지난 1년이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LOAD가 지금까지 탄탄대로를 달려올 수 있었던 데에는 묵묵히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믿어준 이들이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LOAD는 10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었는데, 팀 빌딩은 100점이에요. 제가 운이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대단한 인력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수 생태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사람을 위한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그런 회사가 LOAD가 그리는 그림입니다. 팀원이 저를 혼낼 만큼 격 없이 지내며 서로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아요. 권위 의식이 없는 편안한 회사입니다. 최근에는 ‘영화의 날’이라고 한 달에 한 번 월요일 오전에 다 같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어요. 필요한 것은 거리낌 없이 요구할 수 있는 회사, 팀원이 필요한 것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회사, 팀원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이끌어가고 싶어요. 일도 사람도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그가 창업을 고려하는 UNIST인들에게 창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세상에 도움을 주기 위한 열정과 진정성이라고 귀띔하며, 일단 부딪혀보라는 큰 용기를 건넨다. 현존하는 수질 데이터 중에서 최고 수질 빅데이터를 구축하는데 자신 있다고 단언하는 김 대표의 믿음은 아마도 함께하는 이들이 아니었나 싶다. 올해는 인도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실질적인 매출과 서비스가 진행되기에 LOAD의 활약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해 혁신적인 기술을 더해나가는 LOAD는 글로벌 수질 관리 리딩 기업으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