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사(HeXA)는 지난 2011년에 발족한 UNIST 유일의 해킹 동아리로 현재 63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발족 초기에는 정보보안 등을 다루는 해킹 동아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머신러닝 등 컴퓨터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공부하고 지식을 나누는 동아리로 활동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대학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동아리 활동도 다소 주춤해지긴 했으나 UNIST 유일의 해킹 동아리 헥사(HeXA) 온라인상에서는 소모임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킹으로 출발한 동아리, 머신러닝 등으로 관심 확대
개강을 하긴 했지만 강의가 대부분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캠퍼스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학생들로 북적거리던 학생회관에는 동아리방마다 문이 굳게 닫혀있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헥사 동아리 방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회장직을 맡고 있는 민경훈 학생(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19)도 모처럼 동아리방을 찾은 터라 컴퓨터 주위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개강을 했더라면 신입회원들이 들어와 북적거렸을 텐데 코로나19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어요. 평소 같았으면 선후배 활동도 많고 다른 동아리들과의 연합 활동들도 계획했는데 무산되어 아쉬워요. 오프라인 모임은 거의 없지만 온라인상에서는 회원들 간에 연락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특히 관심사가 비슷한 소모임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활발하게 소통 중입니다.”
민경훈 학생은 헥사가 UNIST의 유일한 컴퓨터 관련 동아리라고 소개했다. 대학의 특성상 헥사와 비슷한 성격의 동아리들이 경쟁적으로 활동할 것 같지만 컴퓨터 분야에서는 독보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HeXA는 ‘Hacker’s eXciting Academy’의 줄임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해킹 동아리로 출발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머신러닝 등이 부상함에 따라 회원들의 관심 영역도 다양하게 확장되었다.
“헥사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회원들을 위해서 학교 강의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부분을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 동아리입니다. 회원들이 스스로 공부해서 가르치는 강의 형식으로 학기마다 계획을 세워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컴퓨터 동아리, 컴퓨터에 관심만 있다면 모두 환영
“2011년 발족 당시에는 해킹에 관심을 가진 회원들을 중심으로 활동했어요. 최근에는 해킹보다 머신러닝이 뜨고 있는 추세라 컴퓨터에 전반적으로 관심이 많아지면서 지원자 수도 부쩍 늘어났어요. 이제는 해킹에 관심이 없어도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동아리입니다.”
그래도 컴퓨터 전문 동아리라는 거리감이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민경훈 학생은 컴퓨터에 관심만 있다면 누구든지 대환영이라고 말한다. 실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튜터링 등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생들을 위한 C++ 기초, 알고리즘 등의 강의를 매년 운영하고 있어서, 컴퓨터 지식이 얕은 회원들도 얼마든지 활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난해 동아리에 가입한 이서윤 학생(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18)도 그런 경우이다. 이서윤 학생은 컴퓨터공학도이지만 입학 전만 해도 컴맹에 가까울 정도로 컴퓨터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 학교 컴퓨터공학과의 커리큘럼이 공학보다는 과학에 가까운 학문으로 구성되어 있기때문에 컴퓨터를 몰라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고 평소 컴퓨터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지난해에 코딩 과목을 수강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수학을 활용해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구현해 내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더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 헥사에 가입하게 되었죠. 헥사 활동을 통해 학과 공부에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실력 좋은 선배들이 열어 주는 스터디에 참여해 실력을 키울 수 있고 도와주는 선배들이 많아 외부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자랑한다. 또한 컴퓨터 동아리답게 동아리 방에 고 사양의 컴퓨터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헥사만의 리눅스(Linux) 서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발에는 특화된 환경입니다. 개발이나 게임 등 학교 기숙사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여기서는 마음껏 즐길 수 있어요. 그래서 평소에는 다른 동아리들보다 훨씬 더 북적거렸어요.”
선후배 간의 거리가 짧은 동아리, 비대면 활동으로 더 가까워져
민경훈 학생은 헥사의 가장 큰 장점이자 경쟁력으로 ‘선후배 간의 짧은 거리’를 꼽았다. 격의 없다는 뜻일까?
“선후배 간의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늘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질문톡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프로그램을 개발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겼을 때 질문을 올려놓으면 졸업한 선배들도 자주 들어와 친절하게 답변을 달아주시곤 합니다. 관련 분야의 진로나 공부 방향 등의 고민에 대해서도 조언을 들을 수 있죠.”
실험실이나 기업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한 선배들과도 소통이 자유로운 편이다. 온라인 소통이 원활하기 때문에 보안, 게임, 웹, 머신러닝 등 관심 분야에 따라 소모임을 구성하기도 쉽고 뜻이 맞는 선후배들끼리 외부대회의 참여도 활발하다.
세계 최대의 해킹대회이자 사이버보안 콘퍼런스인 데프콘(DEFCON CTF)에 참가해 본선 진출에 성공한 회원도 있고, 최근에는 전국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 동아리 연합(UCPC)에 참가해 본선 진출에 성공한 회원도 있었다. 발족 된 지 오래된 만큼 전설처럼 회자 되는 선배들도 적지 않다.
실리콘밸리의 비영리 AI 연구기업 ‘오픈AI’에서 활동 중인 김태훈 선배 등도 헥사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실력을 키웠던 인물이다.헥사는 분위기도 여느 동아리들과 좀 다르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음주 외에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온라인으로 10기 회원들을 모집 중인 헥사. 일정대로였다면 이미 신입회원들과 다양한 활동들을 시작했을 테지만 코로나19 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아직 본격적인 활동은 미루고 있다.
“온라인 모집 마감일정을 ‘개강 후 5일까지’라고 했기 때문에 아직도 가입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회 참여에 대해 궁금해하는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동아리 활동을 쉬는 동안 커리큘럼에 내실을 다져 2학기에는 신입생들을 위한 스터디 활동도 강화하고 타 동아리들과의 연합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싶어요. 외부대회 참가뿐만 아니라 외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를 개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은 당분간 쉬고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회원들 간의 소통은 변함이 없으니 그부분이 감사하다. 부디 2학기에는 예전처럼, 오프라인상에서도 헥사만의 생생한 활기가 넘쳐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