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국헌신 군인본분’.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대한민국 장교단 정신을 뜻한다. 민간인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말이지만 지난 3년간 흔들릴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는 UNIST 동문 4인방이 있다. 늠름한 장교의 품위를 보여주는 이들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3년간 복무하며 국방과학기술에 기여한 후 중위로 전역한 과학기술전문사관들이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전문사관 1기로 아무도 걸어가 보지 않았던 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고 전역한 홍지원, 이기웅, 장성온, 홍슬기 동문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방 연구개발 장교로 3년간 의무복무 마치고 전역
과학기술전문사관은 이공계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을 선발, 소정의 교육을 거쳐 장교로 임관시킨 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3년간 연구개발을 수행하며 국방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과기전문사관은 지난 2014년 첫 도입 된 이래 국내 우수 인재육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1기로 총 18명을 선정했는데, 이중 UNIST에서 홍지원, 이기웅, 장성온, 홍슬기 동문 등 4명이 선정됐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걸어 나갔던 이들은 국방 연구개발 장교로 3년간 의무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5월 31일 나란히 전역했다. 선발부터 장교로 임관 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3년간 연구개발 기간까지 무려 7년이라는 긴 여정을 무사히 끝낸 것이다.
지난 5월 전역 이후 이기웅 동문과 홍지원 동문은 KAIST 대학원에 복귀했고, 장성온 동문은 일리노이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재료공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기계공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홍슬기 동문은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First in Change’가 주는 유일한 경험의 가치
이들은 아무도 걸어보지 않았던 길에 첫 발자국을 남겼다. 첫 기수이기 때문에 선배가 없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만큼 과학기술전문사관 1기로 지원하는데 따른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테지만 이들은 첫발을 내딛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홍슬기 동문은 “생소한 선택이 기회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 남들이 인식하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First in Change’라는 UNIST 슬로건처럼, 유일한 경험은 그 자체로 가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장성온 동문은 “제가 미지의 길을 먼저 닦아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저에게 달려있다는 점에 이끌렸습니다. 성공과 실패 여부에 상관없이 도전은 항상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철학에 망설임 없이 과학기술전문사관 1기에 지원했습니다.”라고도 했다. 장성온 동문은 군 복무 이후 대학원 진학 또는 연구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던 터라 과학기술전문사관은 군 복무와 연구 경험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 굉장히 매력적인 기회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4년 1기를 모집했을 때, UNIST에서는 지원자가 몰리는 바람에 1차 서류전형 이외에도 따로 학교 내부에서 별도 면접도 진행해야 했다. 그 후 2차 신체검사와 3차 면접을 거쳐 선발된 만큼 경쟁력도 높았다.
각자의 역량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큰 뜻으로 뭉쳐
7년이나 걸렸으니 중도에 위기도 찾아왔을 법도 한데 지혜롭게 넘겼다. 이기웅 동문은 “중도하차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였어요.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는데 ‘너를 믿으니 편하게 결정하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울컥했어요. 스스로를 한 번 더 믿어보자는 생각을 갖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특히 홍지원 동문은 과학기술전문사관으로 선발된 2명의 여성 중 한 명이라 더욱 주목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과학기술전문사관으로 함께 복무한 동기들 중 단순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지원한 사람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본인이 가진 역량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큰 뜻을 품고 지원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여자라고 특별할 이유가 없었어요.”
홍지원 동문은 과학기술전문사관으로 복무하면서 UNIST인으로 자부심도 느꼈다고 말한다. 다수의 민군과제, 위탁연구 및 연구용역에서 UNIST의 연구진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UNIST 출신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그들에게 과학기술전문사관의 복무는 더 넓은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기회였다. 복무 중에 얻은 경험과 식견은 쉽게 얻기 힘든 것들이었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 이들에게는 남들과 다른 역할과 책무가 주어질 것이다.
홍슬기 동문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복무하는 동안 사람들은 과학기술전문사관을 가리켜 ‘우리의 미래다’라며 소개했어요. 그때마다 책임감을 느끼며 전역 후에도 국익에 기여 하는 연구자의 일원이 되겠다고 다짐하곤 했습니다.”라며 참여 소감을 말했다.
4명의 동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어느 환경, 어느 곳에서 연구를 지속하든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명감은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