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재미있어서 연구를 하는 것인데 사회발전에 기여하며 보람도 느낄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장성연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그러한 점에서 과학자라는 일은 특별한 일이라고 말한다. RENEL의 연구원들은 장성연 교수와 이러한 철학을 공유하며 하루하루 더 나은 과학자로 성장하고 있다.
태양에서 지구에 전달되는 에너지 중 0.01%만 전기 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도 전 인류가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인류의 에너지 형태인 화석연료가 야기한 환경오염,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태양’에 있다고 말하는 장성연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장 교수가 이끄는 RENEL이 차세대 태양전지에 적용될 다양한 소재를 연구하고 있는 이유이다. 지난 10월에도 이종 소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해 에너지 소재 분야의 권위 있는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어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10 월 6일자에 소개됐다.
이는 무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고분자 태양전지를 결합한 것인데, 무기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흡수하지 못하는 태양광 근적외선 영역을 고분자 소재가 흡수해 전지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상용화 분기점인 20%에 가까운 18.04%까 지 효율을 끌어올려 상용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재만 시너지? 연구원들끼리도 시너지
차세대 태양전지에는 고분자를 비롯한 유기 소재, 퀀텀닷(양자점) 기반의 나노 소재,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결정 소재, 무기박막 소재 등이 적용된다. 각각의 소재마다 광학적, 전기적 특성과 가공 특성이 달라 고유의 장단점을 갖고 있는데 소재를 결합하면 각 소재가 갖고 있는 강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단점도 두 배, 혹은 그 이상이 된다는 것이 함정. 각 소재들은 각각 속한 전공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구 그룹들은 이 중 한두 가지 소재에만 집중하거나 타 연구팀과 공동 연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RENEL은 한 분야만 파고들어도 어려운 ‘유기 소재’, ‘나노 소재’, ‘무기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세 가지 소재를 모두 심도깊게 연구하며, 이 중 유기 소재와 나노 소재 혹은 나노 소재와 페로브스카이트, 페로브스카이트와 유기 소재식으로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기에 장성연 교수는 RENEL의 기술 수준은 ‘세계 탑 클래스’라고 자부한다.
각기 다른 3개의 소재를 연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러 동종 소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는 있지만 저희처럼 이종 소재의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연구 소재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 다루는 분야도 매우 광범위해서 태양전지의 소재 개발부터 소자제작, 분석, 공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한 점이 RENEL의 매력이라고 전하는 김보민 연구원(에너지공학과 석사과정 20).
한 연구실에서 여러 종류의 소재를 연구하며 합성도 하고 디바이스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연구원들도 유기 태양전지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팀, 퀀텀닷 태양전지팀, 열전팀으로 나뉘어 팀 별로 활동합니다.”
장성연 교수는 석사, 박사, 박사후연구, 연구원 등 시기별로 연구 분야가 모두 다 른데 이러한 배경이 하이브리드 연구를 수행하는 현재의 RENEL을 탄생시킨 기원인지도 모르겠다고 추정했다.
다양한 관심사가 한 데 모이다 보니 연구원들의 전공도 화공, 재료, 화학, 고분자, 물리, 전자공학 등 각양각색이다.
다양한 전공 출신의 연구원들로 구성되어 융합연구가 가능한 것이고, 그로 인한 시너지 효과로 보다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RENEL, 부를 때는 그냥 ‘우리 실험실’
이렇게 차세대 태양전지 소자를 비롯해 차세대 열전소자를 연구하는 RENEL 의 연구실명은 ‘신재생 에너지(Renewable Energy)’와 ‘나노 일렉트로닉 (Nanoelectronics)’ 소자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서 탄생했다. 장성연 교수에게 연구실명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물으니 적잖이 당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자에게도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글쎄요. 그러고 보니 불러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보통은 그냥 우리 실험실이라고 하니까요(하하).”
그렇다면 우리 실험실은 ‘우리’라는 문화를 중시하는 곳일까. 분위기를 살피니 뜻밖에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곳이다. 출퇴근 시간도 없고, 회식 문화도 없으며, 심지어 1주일에 1~2회씩 정례화돼 있는 그룹 혹은 전체 회의를 운영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이상학 연구원(에너지공학과 석박통합과정 20)은 “태양전지 분야에도 관심이 많지만 인턴기간 동안 연구실 생활이 잘 맞아서 RENEL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율적인 연구실 문화에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법이다. 이상학 연구원은 “조금만 방심해도 선두 자리를 놓칠 수 있으므로 나태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성연 교수는 더 나아가 과학자로서 사명감까지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명 한 명이 예비 과학자이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열심히 연구에 임해주길 바랍니다. 과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며, 부끄럽지 않은 과학자가 되어야죠.”
[Mini Interview]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장성연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Q. 연구실을 운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연구원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저와 연구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연구실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셀프 모티베이션’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과학자로서의 철학적 가치를 공유하는 그룹이 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Q. 어떤 학생들을 기대하고 계시나요.
A. 우리 연구실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양질의 과학자를 길러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을 즐기고 사랑해야 하며, 과학자로서 사명감과 긍지를 갖고 그에 필요한 역량을 배양해나가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연구에 임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갖고 싶은 학생들이 우리 연구실에 가장 적합한 학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향후 연구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A. 재생에너지 분야는 환경문제를 위해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인류의 과제입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향후 지속적으로 연구돼야 할 분야이죠. 그 중요성은 현재도 매우 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실은 앞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와 함께 태양전지와 열전소자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병행해서 연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