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강의식 수업을 대신할 ‘거꾸로 수업’이 뜨고 있다. 수업 전에 미리 동영상으로 학습하고, 강의실에서는 토론과 발표, 질의응답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교수가 아닌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을 이끌어가는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이다.
국내 최초로 플립드 러닝을 시도한 UNIST에는 이미 관련 노하우가 쌓여 즐거운 수업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듣고 따라만 가는 강의가 아니라 스스로 탐구하고 발표하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배움을 얻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Pre – Class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정회정 학생은 캐서린 킴 교수의 제어공학 수업 ‘Intro To Control’을 듣고 있다. 캐서린 킴 교수는 10분 분량의 동영상 5개를 직접 촬영해 온라인 공간에 등록하고, 학생들이 수업 전에 내용을 숙지하도록 돕는다. 사진 속에 등장한 것처럼 캐서린 킴 교수의 동영상을 본 학생들은 복잡한 공학지식을 재밌게 배울 수 있다.
킴 교수는 “대학원 시절 수업이 끝난 뒤에 복습하면서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며 “거꾸로 학생들이 미리 학습하고 강의실에 들어오면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In Class 01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로 수업 내용을 숙지해 오면, 캐서린 킴 교수는 간단히 내용을 요약해준다. 이후 2~3명씩 짝을 이룬 학생들이 서로 다른 문제를 푼다. 이때 교수는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문제풀이 도중 막히는 부분이나 궁금한 것들에 대해 면대면 방식으로 알려준다.
이 수업은 수강하는 인원이 많아 수업을 도와주는 조교도 있다. 이현지 조교는 작년 캐서린 킴 교수에게 플립드 러닝 수업을 들은 학생이었다. 이 조교는 “새로운 방식으로 강의를 들으며 공부에 흥미가 생겨 대학원 진학까지 결심했다”며 “플립드 러닝으로 많은 학생들이 공부의 재미를 느끼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In Class 02 오늘 수업은 평소보다 훨씬 더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캐서린 킴 교수가 개방형 문제(open ended problem)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킴 교수는 “앞으로 다양한 진로를 경험할 학생들에게는 상황에 맞춰 해결책을 찾을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질문이 쇄도해 킴 교수와 이현지 조교는 수업 내내 정신이 없다. 그래도 킴 교수는 학생들이 모르는 부분을 설명해주고, 그들이 깨닫게 될 때 내지르는 탄성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열정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 그녀의 수업은 티칭어워드를 수상하며 인기 강의에 등극했다.
In Class 03 문제풀이 시간은 약 30~40분 주어진다. 킴 교수는 몇 명의 학생이 문제를 해결했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폴링(polling)을 열어둔다. 문제를 다 푼 학생들이 사이트에 접속해 투표하도록 한 것이다. 모든 학생의 문제풀이가 끝나면 학생 중 한 명이 대표로 문제를 풀어본다.
Post – Class Activities 수업 전 미디어로 개념을 익히고, 문제를 풀며 교수님과 토론을 통해 습득했지만, 온전히 학습했는지 의문이다. 이 때 킴 교수가 올려놓은 퀴즈가 효력을 발휘한다.
학생들은 수업 이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UNIST 블랙보드에 접속해 퀴즈를 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업 내용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수업 전 학습한 내용을 실전 문제로 확인하고 복습을 통해 되새기며 학습자가 중심이 되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