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생태환경,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공업도시 울산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때문이다. 이런 선입견을 벗고 울산이 녹색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UNIST 환경분석센터가 그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생태도시, 울산을 꿈꾸는 그들의 ‘심폐소생술’이 궁금하다.
1980~90년대 환경문제를 다루는 자리에서는 꼭 울산이 언급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필자가 본격적으로 환경을 공부할 때도 여전히 울산은 환경오염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2008년 가을, UNIST에 가기 위해 지나던 태화강은 예전에 알던 그곳이 아니었다. 태화강은 연어가 돌아오고, 백로가 날아오며, 바지락 채취가 가능한 생태하천이 되어있었다. 도대체 지난 10여 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적의 태화강 복원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됐다. 이후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세워졌고, 1990년대 중반에는 인구 100만 명을 넘어서는 거대 도시가 됐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농축산폐수가 태화강으로 흘러들었다. 1996년 태화강 하류의 연평균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은 11.3mg/L로 공업․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전국 최악의 수준이었다.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된 울산시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는 환경개선이었다. 울산시는 멀리 내다보고 태화강을 살릴 계획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오・폐수가 태화강으로 직접 유입되지 않는 방법을 고안했다. 15년 동안 47,000여 개의 가정 오수관을 설치해 하수처리장으로 연결한 것이다. 2004년에는 ‘에코폴리스 울산선언’을 통해 울산을 친환경 생태도시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듬해에는 태화강 마스터플랜도 만들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본격적인 수질개선사업이 이뤄졌다.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태화강으로 들어가는 생활오수를 차단하며, 퇴적오니를 파냈다.
이후 태화강 수질은 대폭 향상돼 2013년에는 BOD가 1.9 mg/L(수질 1등급)이 됐다. 전국 주요 도심하천 중 최고 수질이며, 이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물이 맑아지자 연어를 비롯한 다양한 어류도 많아졌다. 물고기가 살고 백로가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후로도 울산시는 수질개선사업과 동시에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자연형 하천정화사업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UNIST에서 수행하는 태화강 연구
태화강의 일반 수질항목(BOD 등)은 이미 알려진 대로 1급수 수준으로 나아졌다. 덕분에 다양한 수중 생태계도 복원됐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하천 복원 사례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화학과 생태독성 관점에서 보면, 태화강 미량 오염물질에 대한 연구는 미흡하다. 태화강 수질이 1급수 수준으로 개선됐지만, 과거와 달리 다양한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흘러든다. 이런 미량오염물질 상당수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물론 아주 적은 양의 오염물질이 우리 몸에 당장 독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서생물에 축적되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기존의 하수관거 개선만으로는 이러한 오염물질이 태화강에 유입되는 걸 막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 매연에서 배출된 다양한 발암물질은 도로변과 교량 노면에 쌓였다가 비가 오면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식이다. 울산시에서 우수토실을 설치해 다른 곳에 쌓였다가 비에 씻겨 흘러가는 비점오염원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태화강 수질개선을 위해 할 일이 많다.
현재 울산에서 이런 화학물질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국가공인기관은 UNIST 환경분석센터뿐이다. 이 센터는 환경부 인정 폐기물과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측정하는 기관이다. 극미량오염물질을 분석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분석장비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고분해능 질량분석기, 액체크로마토그래프/탄뎀질량분석기, 유도결합플라스마 질량분석기 등이다. 환경물질 분석 분야에서 숙련된 연구 인력도 센터의 경쟁력 중 하나다. 이런 강점 덕분에 울산뿐 아니라 환경부나 식약처 등 국가 기관도 이 센터에서 다수의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기 위한 태화강의 노력
UNIST 환경분석센터와 환경분석화학연구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태화강 전역에서 항생제와 소염진통제 같은 의약물질,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한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다. 강물이 깨끗하고 투명해 보이지만 속에는 온갖 유해물질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의약물질은 주로 하수처리장 방류수 배출구 근처에서 농도가 높았다. 강의 상류에서는 불법 노천소각 등으로 인해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많이 검출됐다. 도심과 공단이 위치한 하류에서는 중금속이 주로 나왔다.
태화강 하류에서는 식용 재첩과 바지락이 채취된다. 이들은 식품오염 기준을 충족한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중금속과 일부 항목 외에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기준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태화강에서 채취한 바지락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중금속 같은 오염물질 부분에선 안전하지만, 기준항목 외의 다양한 미량오염물질이 얼마나 축적됐는지, 체내에서 어떤 상승작용을 일으키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향후 태화강이 진정한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강물의 투명도, 냄새, 물고기 회귀 여부, 하수관거, 수변공원 등 눈에 보이는 것에 신경을 썼다.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도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 UNIST 환경분석센터가 있다.
글_ 최성득 도시환경공학부 교수(UNIST 환경분석센터장)
* 최성득 교수는 수질, 대기, 토양, 생체 등 다양한 매개체에 있는 아주 미세한 양의 유해물질을 추적하는 연구의 대가로 꼽힌다. 극미량의 오염물질이 확산되는 모습을 파악해 ‘한국형 다매체 모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울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그가 태화강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풀어냈다. 이 글은 울산시에서 발간한 〈태화강 백서〉(2014)를 기반으로 했다.
** 환경분석센터(UEAC, UNIST environmental analysis center)는 2009년 UNIST 개교와 함께 연구지원본부 산하에 설립됐다. 현재 이 센터는 고분해능 질량분석기(HRGC/HRMS)와 유도결합플라즈마 질량분석기(LCICP-MS) 등 첨단 환경분석기기와 다양한 전처리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이들 장비를 활용해 잔류성유기오염물질(환경호르몬)뿐 아니라, 극미량 중금속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 기준에 적합한 시료채취/기기분석 인력, 시설, 장비를 갖추고 다양한 교내외 연구지원 업무도 진행한다. 설립 초기부터 환경부와 식약처 등 다수의 국가연구과제를 수행하며 대학 소속 연구기관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