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미켈란젤로는 30년 동안 조각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가 오랜 세월 동안 작품에 집중했던 데는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공이 컸다. 예술가들을 지지하고 후원해온 메디치 가문처럼 21세기 과학도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세계적 수준의 박사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GPF, Global ph.D Fellowship)’이다.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은 우수한 국내 대학원생들의 학업 및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수 인재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것이다. GPF에 선정된 학생에게는 2년간 매월 25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의 장학금이 주어진다. 평가를 통해 우수한 연구 실적을 인정받으면 박사과정은 1년, 석박사통합과정은 3년 더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는 21명의 UNIST 학생이 GPF 대상자로 선정됐다. 전국 대학 중에서는 서울대와 KAIST, POSTECH, 성균관대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숫자다. 지금까지 GPF에 선발된 UNIST 학생은 62명에 이른다.
매년 GPF 선정자가 늘어난 데에는 UNIST의 연구 환경과 지원 체계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정기적으로 GPF 설명회를 개최하고, 영어 프레젠테이션 특강과 멘토링 활동도 지원한다. 특히 GPF 선배와 지원자를 매칭하는 멘토링은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GPF 학생들에게는 학교 자체적으로 해외 학술연수도 지원한다.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고 연구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회를 한 번 더 제공하는 것이다. 지원금은 최대 400만원이다.
정무영 총장은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에 선발된 학생 수는 대학원의 연구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전체 학생 수 대비 선발 인원을 고려하면 UNIST 대학원생의 연구 수준은 전국 최고”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우수한 인재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GPF를 비롯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i Interview 윤희인 학생은 올해 GPF에 선발된 UNISTAR 중 한 명이다. UNIST magazine에서는 GPF 장학금을 토대로 앞으로 UNIST에서 이뤄나갈 그녀의 연구에 대해 물었다.
Q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의 최재혁 교수팀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소개해주세요.
A 요즘 뉴스에서 ‘5G 이동통신’, ‘IoT(사물인터넷)’ 등을 심심찮게 보셨을 텐데요.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이 부분과 관련된 반도체 회로 기술이에요, 4G(LTE)가 등장한 후 시작된 5G 기술 연구는 2020년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통신, 반도체 회로 등 여러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데요. 5G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 시티에서 살면서 언제 어디서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자연재해 등을 자동으로 예측하는 게 가능해질 거예요. 이렇게 사물이 자동으로 통신하면 우리 삶이 더 편리해질 겁니다.
Q UNIST에서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으로 진학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A UNIST는 학부생도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구축돼 있어요. 덕분에 저는 학부 때부터 다양한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최재혁 교수께서 잘 지도해 주신 덕분에 학부생으로서 SCI 저널에 제 1저자로 논문을 싣기도 했고요. 이런 경험들 덕분에 연구라는 게 어떻게 진행되고,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연구를 하고 싶었고 UNIST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어요.
Q 학부 때부터 현재까지 UNIST에서 연구하는 동안 느낀 점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A UNIST에 구축된 연구 환경과 열정적인 교수님들 아래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 항상 감사했어요.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반해 반도체 회로를 만들고 결과를 세계적 권위를 가진 저널에 게재해 세계적인 기술 흐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보람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Q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GPF는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내자’라는 취지로 만든 장학제도입니다. 취지에 맞게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연구하려고 해요. 기회가 된다면 퀄컴이나 인텔 같은 세계적 기업에서 연구하며 세계인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줄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