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대국이 세계를 뒤흔들었다. 대국 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라던 질문은 대국이 시작되자 ‘사람이 AI를 이길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 엄청난 발전을 거듭한 AI가 우리에게 선사할 미래가 장밋빛일지 잿빛일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며, 소설까지 쓸 수 있게 된 AI의 미래를 살피러 UNIST의 AI 전문가 세 명을 찾았다.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우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을까. AI는 이 질문에 대한 과학자들의 답이다. 사람의 뇌를 본떠 프로그래밍하자 컴퓨터는 학습, 추론, 지각, 자연언어 이해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몇몇 분야에서는 이미 인간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체스는 1997년 IBM에서 만든 ‘딥블루(DeepBlue)’로 인간을 넘어섰고, 올해 3월 구글의 알파고는 바둑 분야 세계 최강자로 불리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세돌 9단의 패배로 인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AI는 놀랄만한 뉴스들을 속속 내뱉었다. AI가 쓴 소설의 일부가 일본의 한 문학상의 1차 심사를 통과하는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 기술자들이 공동 개발한 AI,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가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해내 900만 원에 팔린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인간과 AI를 상대로 판매실적 대결 이벤트를 벌였다. 상품판매와 기획을 맡은 상품기획자의 경우 70% 할인된 최저가 상품을 제안했고, AI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고객이 최근 본 상품과 인기 상품 등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했다. 결과는 3대 2로 AI가 우세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예술이나 기획 등 창의적 분야까지 진출한 AI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현실로 성큼 다가온 AI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두려움 등이 만연한 지금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에서 AI를 연구 중인 최재식, 황성주, 지추아우(Tsz-Chiu Au) 교수를 만났다.
AI’s algorithm
최근 AI가 놀랄 만큼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갑자기 많은 기술들이 등장한 까닭이 있을까?
최재식 교수 갑자기가 아니다. 이미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 검색, 광고 추천, 언어 이해 및 게임 등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개발하며 서비스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알파고의 경우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 여겨지던 직관력을 과학적으로 표현하고 분석할 수 있음을 선보였다. 이런 직관력 덕분에 주목받았을 뿐, AI는 이미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자동통계학자’ 역시 알파고와 비슷한 작업을 수행한다고 들었다.
최재식 교수 알파고는 현재 상황에서 최적의 수를 찾는 ‘정책함수’와 현 상황이 게임에서 얼마나 유·불리한지를 판단하는 ‘가치함수’를 활용한다. 두 함수를 통한 강화학습으로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것이다.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판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하기 위해 알파고는 고수들의 기보나 자가 학습 데이터를 근거로 확률을 계산해나갔다.
사람이 일일이 따져보기 어려운 복잡한 작업을 컴퓨터 알고리즘이 수행한다는 점에서 자동통계학자도 알파고와 비슷하다. 하지만 알파고는 학습된 딥러닝(Deep Learning) 모델이 정확하게 어떤 정책망과 행동망을 학습했는지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 자동통계학자는 일정 기간에 대해 시간의 함수로 표현되는 시계열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적합하다. 또 어떤 학습을 했는지 명확히 알고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DEEP LEARNING
그렇다면 현재 AI가 얼마나 발달했는지 궁금하다.
황성주 교수 기존 AI 딥러닝 모델은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가공하는 사람과 가공한 데이터로 모델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이 과정이 없으면 AI는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는 딥러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현재 딥러닝 모델에서는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를 집어넣기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AI가 중간 표현형을 최대한 학습할 수 있는 여러 층이 필요하다. 가치판단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들의 연결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딥러닝 분야에서 어떤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가?
황성주 교수 여러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하나를 예로 들면, AI의 시각인식 분야에서 수백 만 개의 범주를 알아채 분류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시각인식은 1000개 정도의 중간 규모의 범주를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정도에서는 인간이 물체를 인식하는 것과 비슷하게 물체를 자동인식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깨닫지 못하는 정보까지 제공하긴 어렵다. 증강현실에 AI를 적용할 때 자동차를 자동차로, 가방을 가방으로 알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각 모델의 수준까지 인식해야 상품정보 등을 연결 짓는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분류의 범위가 복잡해지거나, 희귀한 부류가 등장하면 학습이 어려워지니 말이다. 두 가지 문제 중 전자는 인간의 분류 체계를 ‘딥 뉴럴 네트워크(Deep Neural Network)’로 구현한 모델로 풀 수 있다. 후자는 서로 연결된 모델끼리 정보를 공유하게 만들어 데이터가 없어도 기존 지식을 활용하게 하는 모델을 쓰면 된다.
인간과 컴퓨터가 자연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델도 연구 중이다. 컴퓨터가 자연어 처리로 사람의 말을 인식하고, 이를 저장해 중요한 사실들을 기억하고 맥락에 맞는 대화를 생성하는 것이다. 사람의 태도를 분석해 반응이 좋은 쪽으로 대화를 이끌어내는 강화학습을 사용한 모델, 의학이나 법률 분야 관련 질의응답 시스템 등으로도 연구하고 있다.
Multi-Agent
처리할 정보가 늘어나는데 성능은 높아야 한다면 AI끼리 연결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지추아우 교수 그렇다. 멀티 에이전트(Multi-Agent)는 고유한 동작을 하는 에이전트들이 협업해 목적에 맞는 작업을 수행하는 개념이다. 각각의 에이전트는 분산된 환경에서도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어 따로 또 같이 활약할 수 있다.
참고로 에이전트(Agent)는 사용자 대신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적 프로세스(autonomous process)나 운영 체제 혹은 네트워크에서 동작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ART 연구실에서는 멀티 에이전트를 이용해 AI와 로봇공학(Robotics), 지능형교통체계(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추아우 교수의 연구실 이름(ART)은 연구 중인 세 분야의 앞 글자에서 가져와서 조합했다.
앞으로 AI는 어떤 형태로 발달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지추아우 교수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전환점을 맞았듯 AI는 또 다른 혁명의 방아쇠가 될 것이다. 산업혁명이 자동화 기계를 가능케 했다면, AI로 야기될 혁명은 ‘인지 자동화’를 불러올 것이다. 인지는 지금까지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라고 믿어졌던 만큼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이것에 대한 좋은 사례가 자율주행자동차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차선과 장애물을 감지하면서 운행할 수 있는 자동주행기술은 자동차 산업의 모습을 바꿔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