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스타크래프트나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PC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이었다. 공부와 연구를 병행하는 바쁜 청춘들에게 게임은 가장 즐거운 놀이.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 리그의 규모가 축소되고 프로 게이머들의 일자리가 줄었다.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을 시작했고, 2016년 봄 ‘오픈 아레나(Open Arena)’를 만들기 위해 팀을 구성했다.
오픈 아레나는 게임대회를 열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모집하고, 대회 관리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e스포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자 이를 만든 벤처기업의 이름이다. 게임 대회를 개최하고 진행하는 스트리머(BJ)가 대회를 신청하면 오픈 아레나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모집하고 대회를 열어준다. 게다가 대회 운영 기능까지 추가돼 스트리머는 좀 더 편리하게 대회를 관리할 수 있다.
독특한 플랫폼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는 주인공들은 바로 UNIST 학생들이다. 창업 계기는 미국 게임회사 밸브가 게임대회 ‘The International(TI)’을 주최하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평소 ‘게임’과 ‘창업’이라는 공통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한상우(경영공학부 12), 백경인(기술경영전문대학원 15), 안희철(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13) 학생은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차에 이 소식을 들었다. ‘게임과 크라우드 펀딩의 신선한 결합’에 자극받은 이들은 관련 사업을 꾸리기로 했다.
한상우 대표를 주축으로 개발자 백경인과 안희철, 장찬(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16), 디자인을 담당하는 김민채(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12)와 기획자 이유진(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14) 학생이 한뜻으로 뭉쳤다. 작년 9월 사업자등록을 내며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오픈 아레나는 십여 개가 넘는 시범대회를 개최하며 경험을 쌓았고, 지난 5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후원금 마련과 대회 관리를 동시에!
국내에는 대회 대진표를 짜고 관리하는 기능을 가진 사이트가 없다. 그래서 게임 스트리머들은 대개 해외 사이트를 통해 대회 관리를 진행해왔다. 이 경우 후원금 마련은 별도로 진행해야 해 어려움이 많았다. 한상우 대표는 “해외의 경우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대회를 여는 곳과 대회 대진표를 관리하는 곳이 따로 분리돼 있다”고 설명하며 “오픈 아레나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과 ‘대회 관리 시스템’을 한데 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오픈 아레나는 스트리머에게는 대회를 열어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을, 게이머에게는 지속적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시청자에게는 그들을 응원하고 후원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준다. 사비로 대회를 관리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 게이머를 모집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던 스트리머는 이제 오픈 아레나를 통해 지정된 공간에서 편리하게 게이머 신청을 받고 대회를 운영할 수 있다. 펀딩을 통해 후원금이 모이면 일정 부분은 스트리머에게 지급되고, 일정 부분은 수수료로 오픈 아레나가 가져가며, 나머지 금액은 우승 상금으로 사용된다.
오픈 아레나의 관건은 후원금을 내야 대회 관람 및 참여가 가능한 ‘유료 서비스’로 게임 팬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평소 무료로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게임을 관람하던 이들을 오픈 아레나로 모이게 하려면 그만큼의 혜택이 필요할 터. 백경인 개발자는 “정답은 ‘콘텐츠’에 있다”고 강조한다.
“게임 방송이나 대회는 대개 인기 스트리머나 게이머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위해 기존의 일방적 시청에서 벗어나 게임 팬과 스트리머, 게이머가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어요. 오픈 아레나를 통해 게임대회를 후원하는 분들을 위해 PC방 쿠폰이나 게임 관련 아이템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죠. 후원자 중 일부를 선정해 게이머에게 직접 게임 코칭을 받거나, 인기 스트리머의 팬 미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생각입니다.”
지속 가능한 일을 위한 꾸준한 노력
오픈 아레나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UNIST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 한상우 대표는 “UNIST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유니콘 프로젝트(Unicorn Project)에 선정돼 시제품 제작비 등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올 10월에 울주학사의 창업 공간이 완공되면 오픈 아레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창업 팀이 사무 공간을 지원받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물질적인 지원 외에도 학교에서 매달 ‘창업팅’이라는 행사를 통해 울산에서 보기 힘든 벤처캐피털 관계자나 유명 창업자 초청 강연을 열어줘서 도움이 많이 돼요. 또 법률 특강, 법률 지원 등 창업자들을 위한 다양한 강의도 마련돼 있고요. 분기별로 열리는 해커톤 방식의 창업 대회를 통해 비즈니스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혜택입니다.”
이제 막 시장에 첫발을 디딘 오픈 아레나. e스포츠와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이 그리 좋지만은 않지만, 오픈 아레나는 게임을 ‘업’으로 삼는 것이 충분히 지속 가능한 일임을 증명해나갈 계획이다. 지속적인 리그 개최와 진행, 프로게이머를 비롯한 게임 관계자들의 처우가 나아진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 첫 단계로 우선 하반기에는 e스포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후원 및 방송 시청 편의 제공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해 게임 팬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설 예정이다.
오픈 아레나는 열려 있다는 뜻의 ‘오픈(Open)’과 경기장을 뜻하는 ‘아레나(Arena)’의 합성어다. 모두에게 열린 이 경기장에서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오픈 아레나 팀에게도 같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