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동문의 교수 임용 소식이 잦다. 2017년 9월에는 국립 부경대에 2명의 동문이 교수로 임용됐다. 이 중 신소재공학부 송명훈 교수의 첫 제자, 이보람 동문을 만났다. 스승과 함께 고분자 유기발광소자 연구를 하며 학계에서 주목받아온 이보람 교수. 그는 요즘도 UNIST에서처럼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꿈을 꾸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조명, 태양전지,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레이저…. 이보람 교수가 연구해온 고분자 유기발광소자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다. 그만큼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우리 삶에 미칠 영향도 크다. 특히 새로운 발광물질인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광전자소자’에는 학계뿐 아니라 경제계에서도 관심이 많다.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기술은 경제 성장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스승인 송명훈 교수를 따라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자소자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만큼 주목받는 연구가 많았고, 덕분에 부경대 물리학과 교수로도 임용됐다. 2015년 2월 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2년간 박사 후 연구원을 한 다음이니 비교적 초고속 임용이다.
탁월한 성과의 바탕은 융합교육과 공동 연구
이보람 교수가 처음부터 강단에 서는 것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연구하는 게 적성에 맞았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을 다하다 보니 어느덧 이 자리에 서 있었다.
“사실 아직 얼떨떨해요. 저 말고도 UNIST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도 교수가 되거나 국책연구소에 들어가는 등 모두 잘 됐습니다. 인재를 키우는 UNIST 교육 시스템이 이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다고 할까요.(웃음)”
2010년 울산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광전자소자 분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 UNIST에서 조교로 있던 대학 선배가 “정말 좋은 학교가 될 것 같다”며 UNIST 대학원을 적극 권한 게 계기가 됐다.
“학부 전공은 기초과학인 물리학이었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물리학을 응용할 수 있는 공학에 더 관심이 있었죠. 그래서 송명훈 교수님의 제자가 됐습니다. 교수님께서 젊으신 데다 첫 제자인 제게 모든 연구를 직접 가르쳐주셨어요. 실용성 높은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는 송 교수님을 멘토로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이 교수가 광전자소자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화학 반, 물리 반’이라고 해도 될 만큼 두 학문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 전공인 물리를 기반으로 실용성 높은 화학공학을 배우는 게 좋았다. 실제로 광전자소자는 효율 향상 부분과 분석 메커니즘이 결합된 형태라 학문 간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공동 연구를 통한 융합교육을 강조하는 UNIST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역이기도 하다.
“UNIST는 각 분야별로 연구실 구성이 잘돼 있고 공동연구도 활발해요. 다른 교수님들의 연구를 함께 지켜보면서 배울 수 있죠. 공동 연구는 확장성에서나 연구 성과의 질적 상승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점이 많습니다. 자기 분야에 갇히지 않고 다른 연구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폭넓게 성과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 진행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모여 있는 것, 다른 연구 분야 심지어 전혀 모르는 분야까지도 접하고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실제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과학기술로 더 편하고 행복한 생활 만드는 꿈
그는 인생에서 두 가지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UNIST에 들어와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사 후 과정으로 영국 캠브리지대 연구원으로 간 것이다.
그가 최고의 권위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리처드 프렌드(Richard Friend) 지도교수를 만날 수 있었던 건 송명훈 교수의 추천 덕분이었다. 리처드 프렌드 교수는 고분자 발광소자를 처음 발견한 인물로, 발광소자 및 태양전지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 교수는 스승의 스승에게서 보다 깊이 있는 배움을 이어가며 발광소자 연구를 꾸준히 진행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는 유기발광소자보다 선명도가 뛰어납니다. 여전히 유기발광소자보다 효율이 낮은 편이지만 그 향상 속도가 무척 빨라요. 현재까지 유기발광소자는 30%의 외부양자효율을 나타내고,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는 10%의 외부발광소자 효율을 나타내죠. 하지만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고, 실용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 학계와 국내외 기업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계속 심화시키면서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을 잘 지도해 우수한 과학기술자로 배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능력이나 가능성에 비해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청년들을 많이 봤다”며 “그런 후배들의 잠재력을 잘 이끌어내는 선배 혹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UNIST 후배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공부와 연구만큼 일과 휴식의 조화가 꼭 필요합니다. 연구가 지루하거나 평범해지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더 좋은 연구를 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수예요. 일과 시간에는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야 효율이 높아집니다. 또 성실한 생활 태도와 기본에 충실한 공부 자세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는 부경대 교수로 임용된 지금도 가끔씩 스승과 후배들이 있는 연구실을 찾는다. 그의 가능성이 싹튼 곳, 희망의 단초를 발견한 곳이 이곳 UNIST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개인적인 포부 역시 순박하리만큼 기본을 향해 있다.
“과학이 발전하는 이유는 대중에게 편리함을 주기 위해서예요. 제가 하는 연구가 실생활에 활용돼 사람들을 좀 더 편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