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김종근 대표의 눈에만 보이는 풍경 하나가 있다. 바로 사람들마다 드론을 하나씩 매달고 다니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풍선을 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발칙한 상상을 반드시 현실로 만들고 말겠다며 UNIST 학생 두 명이 ‘새론 다이내믹스’를 창업, 드론 대중화에 나섰다.
드론.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말이 아니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가격, 배터리 한계 등으로 세간에 회자되는 것만큼 대중화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바로 이 점에 의문을 품은 김종근 대표(경영학부 11)가 지난 7월 덜컥 일을 내고 말았다. 1학년 여름방학 때 기숙사 룸메이트로 만나 절친한 사이가 된 조재민(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11) 대표와 추적형 드론을 개발하는 새론 다이내믹스(이하 새론)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 창업을 결심한 계기를 묻자 김종근 대표가 무심히 말한다.
“그냥 드론을 보급하고 싶어서요. 시중의 드론은 일반인이 날리기가 어려워서 대중화되기 쉽지 않거든요.”
별다른 수식이 없는 돌직구 발언에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 심심할 때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UNIST 주변이나 울산 앞바다에서 드론을 날리곤 했다는 김 대표는 어릴 적 비행사를 꿈꿀 정도로 비행기를 좋아했다. 비행기에 대한 로망이 어느새 드론으로 바뀐 다음에는 드론을 날리는 것이 큰 낙이 됐다. 이 재미있는 것을 왜 많은 이들이 누리지 못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컸던 김 대표. 그래서 직접 나서서 일반인을 위한 드론을 만들기로 작정한 것이다. 업체명인 새론도 ‘새로운 드론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드론이 나를 따라다닌다고?
“대개 드론은 조종기를 사용하는데 조종법이 복잡한 편이라 일반인이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동으로 사람을 따라다니는 추적형 드론을 개발하는 중입니다.”
아직 이름을 짓지 않아 ‘P(프로젝트) 라이언’이라 불리는 새론의 개발 제품에는 팔로우미(Follow me)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조종기로 조종하지 않아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사용자의 스마트폰 GPS 신호를 기반으로 따라다니는 방식이다. 따라서 힘들게 드론을 조종할 필요가 없다. 전방의 장애물은 카메라나 초음파 센서를 통해 스스로 인식해 피할 수 있다. 더러 전문가용 드론 중에 팔로우미 기능을 구현한 것이 있으나 부수적 기능에 지나지 않아 불완전한 편이다.
“이렇게 추적 기능을 주기능으로 내세우는 드론을 개발하는 곳은 아마 새론이 처음일 거예요. 이해하기 쉽게 얘기하자면, 셀카봉 없이도 셀카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렇게 되면 특히 1인 크리에이터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겠죠.”
이 점이 바로 김 대표가 1인 1드론 시대를 앞당길 수 있으리라 확신하는 세일즈 포인트다.
드론 맞아? 드론에 대한 편견을 버려!
‘일반인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드론을 만들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복잡한 조종기였다. 팔로우미 기능으로 이를 해결한 후 부딪힌 다음 과제는 너무나 많은 비행 규제. 김 대표가 이렇게 규제가 많을 줄 몰랐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국방 관련 비행 금지 구역, 공항 부근 관제권, 비행 제한 구역, 위험 시설이 있는 위험 구역, 군 작전 공역 등 비행 금지 및 제한 구역이 많다.
하지만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250g 이하 초경량 기체(완구·레저용)의 경우, 공항 주변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드론 분류기준 개선 방안을 확정하고, 항공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하기로 한 것. 이에 새론은 250g 이하 초경량 드론을 만들기로 했다.
세 번째 과제는 배터리의 한계 때문에 그 어떤 드론도 25분 이상 날지 못한다는 숙명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무게를 줄여야 했는데, 이 문제는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했다. 바로 드론에 달려 있던 무거운 배터리를 사용자의 주머니 속에 넣는 것. 대신 배터리와 기체를 선으로 연결했다. 무선 조종으로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이 드론의 주특기인데 유선형 드론이라니. 세상에 그런 드론도 있나 싶어 의심의 눈초리로 김 대표를 바라보자 익숙한 반응이라는 듯 말을 잇는다.
“일반적으로 무선 드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정관념일 수 있습니다. 무선만 포기하면 배터리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거든요. 현재 손바닥만 한 크기에 2시간 이상 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대중에 확산되기 더욱 쉬울 거예요.”
게다가 새론이 개발하려는 드론은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선 같은 전형적인 드론 모양이 아니다. 마치 풍선처럼 둥그렇게 생겼는데, 여기에 인기 캐릭터까지 새길 계획이다. 즉 드론 위에 둥그런 케이스를 씌운 뒤 캐릭터 커버를 덧씌울 생각. 그러면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뿐 아니라 혹시 모를 추락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렇듯 어디서도 보지 못한 드론 같지 않은 드론을 곧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모두의 손에 드론 하나씩 들려 있는 날을 위해
이렇게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이제 P 라이언은 양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가도 예상하지 못한 암초에 걸려 고꾸라졌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힘든 나날을 보내며 시무룩해져 있다가 문제가 해결되면 기뻐하다가 다시 시무룩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7월 기술보증기금에서 1억 원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았을 때나 드론에 선을 연결하는 바람에 불안정하던 호버링(공중 정지 비행)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했을 때는 ‘그래! 이 정도면 할 만하지’라며 자신감이 불끈 샘솟았다. 그 순간들은 마치 드론이 거침없이 활공할 때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 맛을 알기에 고통의 시간도 묵묵히 버티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요.(웃음)”
김 대표는 그동안 넘어야 했던 많은 장애물들을 해결하는 데 UNIST의 지원이 컸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특히 특허비와 세무 관련 멘토링 비용을 지원받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캠퍼스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다른 학생 창업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은데,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UNIST만큼 체계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학교가 없더라는 것. 그래서 열심히 UNIST의 창업 지원 정책을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P 라이언에 카메라를 장착하면 팔로우 촬영이 가능할 뿐 아니라 드론이 짐도 들어줄 수 있고 내비게이션이 가능해 길을 안내해줄 수도 있습니다. 향후 기술 개발에 따라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오는 6~8월이면 드디어 시장에서 P 라이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수도 없이 비행장에서 시제품을 날리느라 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모두의 손에 P 라이언이 들려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그날을 위해 김종근 대표는 발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투자처를 찾아다니고, 조재민 대표는 매일 같이 밤을 지새우며 마지막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