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즐거움을 탐험에 비유하는 바이오광학 연구실의 박정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를 하다보면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되는데 그 길들을 하나하나 탐험하며 나아가는 것이 연구의 즐거움이란다. 어쩌면 실제 연구원들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는 탐험가의 DNA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 새로운 관측 기술을 개발해 과학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란한 용어들의 조합으로 그 이름부터 왠지 모를 위압감을 주는 랩들 사이에서 유독 간명함이 돋보이는 연구실이 있다. 바로 ‘바이오광학 연구실’이다. 원래 핵심적이고 간결한 것을 좋아하는 개인 성향이 반영되기도 했다는 박정훈 바이오메 디컬공학과 교수. 또 다른 후보인 ‘바이오 메디컬 광학’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긴 했지만, 연구 분야를 한정하고 싶지 않아 최종 단계에서 바이오광학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10년 후에는 현재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연구를 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광학을 통해 생명현상을 이해한다는 기본 방향만 정했습니다. 연구가 재미있다면 꼭 바이오 분야가 아니어도 됩니다. 저나 연구원들의 가능성을 한계지어서는 안 되니까요.”
Seeing is Believing!
생명현상의 실체를 관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광학 기술과 방법론을 개발하는 바이오광학 연구실은 최근 어떠한 길을 탐험하고 있을까. 우태성 박사후연구원은 “교수님께서 원하는 연구는 뭐든 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연구 분야가 다양한 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살아있는 생명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현미경을 개발하고 있다. 전산 후처리를 통한 전산 이미징 기술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인데, 최근 대기외란이나 생체조직의 움직임으로 인한 영상 왜곡을 오로지 고속 전산처리로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을 선보였다. 또한 영상 이미징뿐 아니라 빛을 이용한 새로운 정보 전달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빛의 자유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광학 제어 기술을 개발해 암호화 디스플레이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얼마 전에는 살아있는 세포와 그 주변을 흐르는 혈액과 같은 유체를 동시에 고화 질로 관찰할 수 있는 광학현미경을 개발해 광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옵티카(Optica)> 8월호의 표지를 장식한 바 있다. 세계 최초로 서로 다른 시공간 의 생명현상을 동시에 관찰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미세 유로 채널 관련 연구나 칼슘 신호 전달 등 각종 생명·물리 현상의 관측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바이오광학 연구실은 다른 생명과학 연구실들처럼 생명현상 자체를 연구하기보다 생명현상의 원리를 밝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정훈 교수는 “단순히 다른 연구들을 지원하는 연구는 아니다”라며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이나 광학적 원리를 개발해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바이오광학 연구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이다.
지난 2016년 바이오광학 연구실이 설립됐을 당시 가장 먼저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는 안철우 연구원(바이오메디컬공학과 석박통합 15)은 “어떻게 하면 생명 탐구를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광학 이미징이 정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바이오광학 연구실을 택했다”고 말했다.
꿈의 연구를 향해 탐험은 계속된다!
최근 바이오광학 연구실의 연구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에 돌입, 제대로 실험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연구원은 없었다. 원래 연구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각자 가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간에 자율적으로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턴이든, 1년차 연구원이든 본인의 연구를 책임지고 진행해야 하므로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신입생이라고 다른 연구원을 보조하는 연구원이 아니라는 뜻이다.
박정훈 교수는 “각자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선택한 길인데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시간이 단지 지나치는 관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연구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하는 연구인만큼 인생에서 한 번뿐인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를 바란단다. 이렇듯 모두가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독려하는 점은 수평적인 연구실 문화 를 정립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세진 연구원(바이오메디컬공학과 석박통합 18)은 “각자 개인 프로젝트를 진 행하는 동등한 연구원이기 때문에 사수·부사수 관계나 막내라고 잡일을 도맡는 관행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바이오광학 연구실의 최종 목표는 최첨단 광학 영상기법을 개발해 인체 내부를 빛으로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눈을 포함한 일반 광학 영상으로는 인체 내부를 볼 수 없다. 이는 불균일하고 복잡한 생체 조직들이 빛을 산란하기 때문이다.
바이오광학 연구실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및 원리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미 마우스와 같은 동물 모델 의 내부를 비침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광학 파면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살아있는 마우스의 두개골을 통과해 뉴런의 미세구조를 관찰,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뇌의 작동원리를 규명할 수 있다.
MRI, 엑스레이 모두 개발 당시 노벨상을 받았을 정도로 질병 진단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꾼 기술입니다. 광학 이미징으로 암 조직을 분간하는 등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진단까지 정밀하게 할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질병 진단의 신기원을 열게 될 것입니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다 같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박정훈 교수. 그러면서 최종 목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연구의 길을 탐험하다가 어쩌다 들어선 샛길에서 더 큰 즐거움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므로. 하지만 현재는 광학 영상기법으로 인체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길을 탐험하는 데 여념이 없다.
[Mini Interview]
“즐길 준비 돼 있는 자 대환영”
박정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Q. 연구 분야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A. 과학적 연구는 관찰에 의해 이뤄집니다. 그중 영상에 의한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라 할 수 있습니다. 맛이나 냄새, 소리로 밝히는 연구는 많지 않으니까요. 바이오광학 연구는 영상 분석을 선도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빅데이터, AI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분야에서도 영상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저희 연구실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바이오 영상 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하기 때문에 미래가 밝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도 중요했지만 앞으로도 중요한 분야가 될 것입니다.
Q. 연구실에 관심을 가질 학생들에게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요?
A.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UNIST에는 체험의 기회가 많으니 저희 연구실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체험해보길 바랍니다. 연구실에는 생명공학, 생물학, 물리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배경의 연구원들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저희 연구실이 잘 맞을 것 같고 즐길 준비가 돼 있다면 누구나 환영입니다.
Q. 연구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현재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청춘’을 함께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연구실 생활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사회의 리더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