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완 동문(컴퓨터공학 전공, 수학 부전공 12)은 현재 인공지능 기반의 판독기술 개발 회사인 루닛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입학 당시만 해도 생물학도를 꿈꾸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컴퓨터를 멀리했을 정도로 컴퓨터 관련 분야와는 인연이 없었던 그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그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맞춤옷’처럼 ‘딱’ 맞는 길이라고 한다.
UNIST에서 시작된 컴퓨터와의 인연
“스무 살이 될 때까지만 해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도 컴퓨터 들여다보는 걸 부모님이 별로 안 좋아하셔서 컴퓨터를 멀리했구요. 부모님 뜻을 어겨가며 컴퓨터를 하고 싶을 만큼 컴퓨터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대학 입학 당시 대부분의 친구들이 노트북을 가지고 다닐 때도 저는 일부러 안 가지고 다녔을 정도였어요.”
유 동문은 UNIST 입학 당시만 해도 생물학도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1학년을 마치고 나면 ‘바이오’ 관련 학문을 전공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1학년 기초과목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막상 부딪쳐보니까 생물학은 ‘내 적성이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반면에 프로그래밍은 굉장히 생소한 학문이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엄청 복잡해 보이기는 해도 명령한 대로 실행되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전공을 컴퓨터공학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그 후로 어느 한순간도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졌지만 어려움조차 즐길 만큼 적성에 딱 맞는 학문을 만나 즐거웠다. 무 전공으로 입학하는 UNIST가 아니었으면 일어나기 힘든 인생의 반전이었다. 진로를 결정한 후에는 해킹 동아리인 ‘헥사(HEXA)’에 가입했다. 헥사 활동의 일환으로 동아리 선후배들과 함께 학교 홈페이지의 취약점을 찾아 보안팀에 제보한 적이 있었는데 실무에 그대로 반영되어 뿌듯했다. 학교 발전에 보탬이 되었다는 자부심도 컸다.
“당시 학교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학교의 빈틈이나 부족한 점을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채운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학생들의 의견을 편견 없이 반영해 준 학교 측의 열린 태도 덕분에 좀 더 개방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었고, 문제 해결 의지가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4학년 때는 교내 해커톤(24시간 연속진행하는 개발 대회)에 선후배들과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한창 배우던 컴파일러 과목을 적용해 간단한 로봇을 만들었는데 2등을 했다.
맞춤옷을 입은 듯한 편안함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생물의료영상을 연구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는 루닛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이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졸업 후에도 생물의료영상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는데 마침 동아리 선배가 우리 회사를 소개해 주었어요. 여러 회사에 면접을 봤지만, 루닛은 연구에 대한 열정, 개방적인 사고,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제가 꿈꾸던 곳이었어요.”
루닛은 인공지능 기반의 판독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의사의 업무 효율이 오르고 판독의 정확도가 1%만 올라도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루닛의 인공지능 관련 연구는 세계적인 학회에도 여러 차례 발표된 적 있고, 흉부 X-ray 및 유방 촬영술 판독 제품은 이미 인허가 승인을 받아 여러 병원과 진료소에 적용되고 있다. 유 동문은 루닛의 조직병리학 팀에 소속되어 있다.
“저는 현재 ‘Scope’라는 인공지능 현미경 영상 분석을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입니다. 조직 검사를 하는 병리과 의사들은 고해상도의 조직 영상을 현미경을 통해 직접 봅니다. 하지만 현미경 영상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세포가 얼마나 있는지, 조직의 영역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일일이 세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된 검출 기술을 적용하여 정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는 요즘 맞춤옷을 입은 듯 편안하다고 한다. UNIST가 아니었다면 이처럼 적성에 딱 맞는 전공과 진로를 만날 수 있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대학공부는 기름진 토양 같은 것
학교를 떠난 지는 여러 해가 되었어도 UNIST의 일원이라는 생각은 견고하다. 대학 선후배들과는 자주 안부를 주고받는 편인데 아쉽게도 모교를 방문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 회사에서 진행하는 연구를 소개하기 위해 대학 연구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함께 공부하던 동기가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 반가웠다. 입학 당시만 해도 3공학관까지만 있던 캠퍼스가 몰라보게 넓어져서 흐뭇했다고 한다.
“대학 생활을 돌이켜 보면 ‘좀 더 확신을 가지고 매진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어요. 그땐 내가 잘하고 있는건가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적이 많았는데 사회에 나와 보니 ‘역시 그때가 옳았구나’ 싶어요. 후배들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은 ‘현재하는 공부에 확신을 가지고 더 열심히 매진하라’는 것입니다. 대학에서의 공부는 반드시 기름진 토양이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