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는 어떤 모습일까. 누구나 상상할 수 있지만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디자인을 선보이기란 쉽지 않다. 미래가 선뜻 그려지지 않는다면 과거부터 살펴보자. 자동차 모습이 변하는 과정에 힌트가 있을지 모른다.
정연우 교수에 따르면 초기 자동차는 마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 대신 엔진이 사용됐을 뿐 바퀴가 달리고 사람이 타는 자리가 있는 전체적인 모습은 유지된 것이다. 다만 엔진을 집어넣을 공간, 즉 엔진룸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자동차들은 연료통 위에 뒷좌석을 배치하는 디자인을 갖게 됐다. 엔진이 들어가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온 형태다.
하지만 엔진 대신 배터리로 움직이는 미래 자동차에는 커다란 엔진룸이 없어도 된다. 배터리는 자동차 바닥에 장판처럼 깔리고, 바퀴마다 인휠 모터를 장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엔진룸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디자인의 자동차가 등장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보편화되면 지금처럼 충돌을 염두에 둔 형태를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 자동차들이 충돌 전에 스스로 멈춘다. 이럴 경우 충돌을 대비해 안전성을 높이는 디자인은 사족이다. 충돌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자동차가 나타난다면 과도한 안전장치는 떼도 괜찮다.
기능적인 부분뿐 아니라 문화적인 요소도 디자인에 크게 반영될 전망이다. 정연우 교수는 “어떤 물건을 지녔는지로 신분을 나타내는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는 소유자의 지위를 보여주는 직・간접적인 물건이 된다”며 “미래 자동차는 다른 무엇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취향에 예민하게 반응할 아이템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종 소비자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자동차 환경은 점점 더 엄격해질 것”이라며 “자동차에 대한 세금이 높아지고 주차비나 통행료도 올라가는 추세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사용하는 아이디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우 교수가 이야기하는 미래 자동차 디자인:
“미국인과 유럽인에게 각각 차를 그려보라고 하면 서로 다르게 그려요. 좁고 구불구불한 유럽의 도로를 지나가야 하는 프랑스인들은 해치백(hatchback)을 그리는 반면 미국인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승용차인 세단(sedan)을 그리거든요.
아시아라고 해서 모두 비슷한 유형의 차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한국과 중국은 미국형 차에 익숙한 반면 일본인들은 유럽형 차를 선호하죠. 빠르게 변하는 패션처럼 미래 자동차의 유행도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겠죠.”